日 노인결사대 130명, "원전 복구, 우리가 한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사100자평(2)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요즘 싸이 공감 잇글링 조선블로그 MSN 메신저스크랩메일인쇄입력 : 2011.05.23 18:17 / 수정 : 2011.05.23 18:19
▲ 후쿠시마 원전 '폭발저지행동대'를 결성한 야마다 야스테루씨. /지지통신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60세 이상 노인 130명이 자진해서 원전 현장 작업에 뛰어들겠다고 나섰다.
지지(時事)통신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노인층을 대상으로 이른바 ‘폭발저지행동대’를 모집한 이는 도쿄에 사는 72세의 전직 기술자 야마다 야스테루(山田恭暉)씨. 도쿄대학 공학부를 졸업하고 스미토모(住友) 금속공업 등지에서 폐기물 처리나 플랜트 건설 기술자로 일했던 그는 4년 전 악성 종양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았다. 현재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재발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다씨가 ‘행동대’ 모집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상순. 친구나 전 동료 등에게 “다음 세대에게 짐(負)이 되는 유산을 남기지 말자”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메일 500통, 편지 2000통을 보냈다.
야마다씨는 “원전 근무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 사고가 심각한 사태에 이를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을 원격 조작해도 마지막에는 인간의 눈과 손으로밖에 할 수 없는 소중한 일이 남는다. 많은 양의 방사선이 쏟아지는 곳에서 젊은 사람이 일할 경우 아이가 생기지 않게 되는 위험성도 있다. 피폭의 영향이 비교적 적고, 기술도 아는 우리와 같은 퇴역조야말로 적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메일 등에서 제시한 지원 요건은 ‘나이 60세 이상으로 현장 작업에 견딜 수 있는 체력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었다.
야마다씨의 ‘행동대’에는 도쿄대학 명예교수, 전직 자위대 장교, 대형 크레인 운전기사, 전직 용접공 등 다양한 직군의 노인들이 몰렸다. 통역사인 사사키 카즈코씨(72)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야마다씨의 모집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처음에는 여자라고 거절당했지만, 여자가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마다 씨는 자신들을 ’결사대’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한으로 억제해가며 작업하겠다는 것이다.
지지통신은 “야마다씨가 사고 당사자인 도쿄전력이 수습 계획을 작성하고 협력 기업이나 그 하청업체 등에 작업을 시키는 현재의 상황을 미덥지 않게 본다”고 보도했다. 원전 안정화 작업은 정부 주도의 ‘국가 프로젝트’로 격상해야 한다는 것.
일본 정부는 야마다씨 행동대의 지원 제의를 일단 거절했다. 야마다씨와 행동대는 도쿄전력이나 국회의원들과 접촉해 자신들을 현장 작업원으로 써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쿄전력 통합대책실 사무국장을 맡은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총리 보좌관은 “매우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원전 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지금 당장 활약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투입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소노 보좌관은 “한 사람에게 방사능이 다량으로 누적되지 않는 작업 공정을 점차 만들어나갈 것이다. ’결사대’를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공정을 구축한다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