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두닦이 등을 하며 제3세계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등 봉사를 펼치다 난치병인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김정하 목사 최미희 사모 부부. 그러나 이들은 오늘도 절망이아닌 사랑과 나눔, 전도의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김시범기자 sbkim@kyeonggi.com
성남 샬롬교회 김정하 목사
제3세계 아이들 ‘키다리아저씨’
투병 전까지 구두닦아 후원
치료 후원금도 기꺼이 보내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지난 19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연기자 차인표씨가 자신의 멘토라 밝히고서 눈물을 쏟아냈던 바로 그 사람.
20일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샬롬교회에서 만난 김정하 목사(53)는 휠체어 차림에 정상적인 언어소통도 불가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얼굴만은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김 목사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라 불리는 이 병은 근육에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정지되고 신체 기능이 멈추면서 호흡도 끊겨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김 목사는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으며 ‘길어야 5년’이라는 루게릭병으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아’, ‘어’, ‘으’ 소리밖에 내지 못하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더 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루게릭병을 앓기 전에는 목사의 신분으로 직접 구두를 닦아 돈도 벌었다.
한국컴패션을 통해 케냐와 부르키나파소, 동인도, 페루, 에콰도르의 영양실조 아이들을 후원하기 위해서였다.
또 교회 앞에는 누구나 퍼 갈 수 있는 ‘사랑의 쌀독’을 가져다 놓고 이 쌀독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해서 쌀을 채워 넣었다.
몸이 아픈 지금은 구두를 닦아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대신 많은 사람의 후원과 도움으로 영양실조 아이들과 주변 불우이웃에게 도움을 전하고 있다.
더욱이 루게릭병을 치료하라며 보내준 후원금마저 저개발국 영양실조 아이를 후원하라며 보탰다.
김 목사는 “병원을 가야 하지만 제가 앓는 병은 치료약도 없어서 차라리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사실 김 목사는 태어났을 때부터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다.
대학시절 축제파트너로 만난 부인 최미희씨(49)의 영향으로 지난 1987년 결혼 후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목사는 물론, 봉사는 꿈도 꿔보지 못했다.
하지만 1997년 들이닥친 IMF가 김 목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전까지 서울에서 건강식품 대리점을 하면서 살아오던 김 목사는 IMF로 말 그대로 ‘알거지’가 됐다.
어쩔 수 없이 강원도 삼척의 산자락으로 들어간 김 목사는 부인과 딸, 아들 네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오두막을 짓고 새 출발을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했다.
전화는커녕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김 목사는 땔감을 때고 부인은 인근 부대에서 남은 ‘짬밥’을 가져다 물로 씻고 나서 요리를 했다.
김 목사는 “너무나도 힘든 시기를 겪었기에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의 작은 도움에 얼마나 큰 행복을 느끼는지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곳에서 5년을 생활하며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김 목사는 2003년부터 본격적인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2006년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에서 99㎡ 남짓한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당시 단대동은 서울 청계천에서 쫓겨난 독거노인과 결손가정, 노숙인 등 빈민층이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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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의 전도사로 일하며 받던 월급도, 사택도 내려놓은채 상가 옥탑방과 예배당에서 잠을 자는 고된 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지금껏 주변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차인표씨는 방송에서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쓰레기”라고 고백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김 목사가 행해온 이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