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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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100자평(26)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2.03.03 03:00
탈북자 북송반대 박선영 의원, 단식 11일째 쓰러져 병원행
15석 소수정당 의원이 정부·사회단체 이어 세계까지 유례없는 큰 관심 이끌어내
평소 몸무게 45㎏이던 박선영 의원의 체중은 단식 11일 만에 40㎏ 조금 넘는 선까지 줄었다. 2일 만난 박 의원은 텐트에 드러누워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편에 설치한 텐트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벌여 왔다.
박 의원은 단식을 시작하던 날 "저는 한 끼만 굶어도 손이 떨려요. 이제껏 단식을 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는 다 총선에 정신이 팔려 탈북자에게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내가 이렇게 밖으로 나왔겠는가"라고 했다. 지난달 28일은 큰아들(26) 대학 졸업식이었지만 텐트를 떠나지 않았다. 남편 민일영 대법관은 매일 저녁 퇴근길에 들러 말없이 지켜보다가 돌아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2일 집회 도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지지자들이 부축하고 있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에 반대하며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 노상에 텐트를 치고 단식 투쟁을 벌인 지 11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농성이 계속되면서 지나가던 시민들이 그의 손을 잡고 기도했고 생수·털모자·책 등을 주고 갔다. 지난달 22일에는 기독교사회책임이, 23일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 박 의원과 함께 집회를 가졌다. 중국·미국·영국·독일·일본·콩고 등 10여개국 출신 외국인 100여명도 이곳을 찾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의원 텐트 옆을 교대로 지키며 '릴레이 농성'을 시작했다.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도 박 의원이 내건 취지에 동조하는 집회가 시작됐다. 전례가 드문 일이다.
박 의원의 단식 이전까지만 해도 탈북자 문제는 몇몇 탈북 단체들만의 관심 사항이었다. 박 의원의 단식은 이것을 바꿔 놓았다. 그간 무기력하기만 했던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국내는 물론 세계도 탈북자 문제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등 거대 정파의 도움 없이 15석의 자유선진당 소속 한 여성 의원이 홀로 탈북자 문제에 관한 세상의 무관심에 맞섰고, 그의 외침에 세계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끝내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는 이날 병원에서도 "탈북자 4명이 중국 공안에 또 붙잡혔다"고 발표했다. 탈북자의 대모(代母)라는 별칭이 결코 과하지 않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