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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조선] 삼성가 희귀병부터 신부전증까지 밝힌 사연
취재 임언영 기자
사진 조선일보 DB
기사100자평(58)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3.07.30 17:50 | 수정 : 2013.08.03 14:36
절룩거리는 CJ그룹 이재현 회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처음으로 구속된 재벌 총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샤르코마리투스(CMT)’라는 이름의 희귀질병과 만성 신부전증 등의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와병설을 이유로 들면서 보석신청을 위한 것은 아닌지, 집중 취재했다.
“말기 신부전증과 샤르코마리투스(CMT)라는 희귀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특히 신부전증은 신장이식이 시급한 실정으로 더 미룰 경우 수술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주치의의 소견이다. 구속 수사를 피하려한다는 일부 비판이 제기되자 이 회장의 병세를 이례적으로 자세하게 공개했다.
신부전증, CMT, 고혈압, 뇌경색…‘회장님이 아프십니다!’
CJ의 공식 입장은 이러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발병한 신부전증이 현재 말기 단계라고 한다. 정상인의 10% 이하로 신장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만성 신부전증은 증상에 따라 1~5단계로 악화되는데 이 회장은 현재 5단계에 해당하는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데 문제가 있다.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같은 다른 일반적인 치료법은 이 회장이 고혈압 환자라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서 가능한 치료방법은 신장이식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
실제로 지난여름부터 신장이식을 위해 가족들을 대상으로 신장공여자를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왔던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가족을 상대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아들 선호 군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아들 선호 군도 유전적으로 신부전증을 앓을 수 있기에 이식을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한다.
주치의의 경고를 받았다. 지난 5월, 이 회장의 주치의인 서울대 김연수 교수는 “더 이상 신자이식 수술을 미루면 건강악화로 수술마저 못할 수가 있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날짜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때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현재 이 회장은 약물치료 및 식이요법으로 버티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CMT) 병은 손발이 쪼그라드는 희귀병으로 이 회장은 그 증세가 심각하다. 이 병은 신경 근육계의 질환으로 손발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돼 힘이 없어져, 결국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지는 ‘유전질환’이다. 이 회장의 상태는 인터넷 검색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검찰 소환에 응해 검찰에 출두하던 당시의 자료사진을 보면 유난히 심하게 다리를 저는 장면이 목격된다.
여기에 대한 CJ그룹의 변은 이렇다. 이 회장이 샤르코마리투스 병 때문에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50세 이후 급격히 다리와 손가락에 증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특수 신발 등 보조기구를 통해서 보행에 도움을 받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혈압과 뇌경색도 이 회장을 따라다니는 병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4년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후 1997년 뇌경색이 발병해 뇌졸중까지 겹쳤다. 이와 관련해서 마찬가지로 약물 등 치료를 받고 있다.
이례적인 회장 지병 공개 이유는 보석신청을 위한 꼼수?
그래서 결론은? 치료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장이식이 시급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심각한 지병이 있는 회장의 건강 문제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은 이것이 기업 경영이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CJ그룹의 말대로 현재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면 얼른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전에 이를 둘러싼 진위 여부 논란에 대한 입장정리라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그가 하필 이때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으니, 구속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는 구설수에 오르기 딱 좋다. 과거 각종 질환을 핑계로 병보석 등으로 풀려난 재벌 총수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여기에 CJ그룹은 “사실대로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석신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삼성가의 유전병? 손발 쪼그라드는 희귀병 샤르코마리투스 병
이 회장의 지병 공개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샤르코마리투스(CMT)라는 희귀병이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교수는 “우리 몸의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샤르코마리투스는 유전질환”이라며 “팔과 다리의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청각과 시각에도 손상이 올 수 있는 희귀병”이라고 전했다.
이 병은 프랑스인이었던 샤르코와 마리, 영국인이었던 투스에 의해 처음으로 병이 알려지면서 세 사람의 이름을 따 샤르코마리투스 병이라 불리게 됐다. 우리 몸에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있는데, CMT는 이 중 말초신경에 손상이 오는 질환이다. 유전질환 중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국내에만 약 1만6천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 회장의 경우 가족력으로 이 병을 앓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근육이 위축되어서 다리를 절게 된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그동안 삼성가에 유전병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재현 회장뿐 아니라 다른 삼성가 자손들에게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전병이 있다. 실제 이재현 회장은 이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기도 했다. 이 회장의 외아들 선호 씨 역시 같은 유전병을 앓고 있다. 어린 나이에 병이 일찍 진행되어 지난 5월 면제 통보를 받아 병역문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선호 씨는 현재 지주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근무 중이다. 아버지인 이 회장이 구속수감 중인 상황에서 아들이자 3세인 선호 씨가 본격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 누나 이미경 부회장, 딸 경후 씨와 함께 선호 씨까지 이 회장 일가가 모두 나서 비상경영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CJ그룹에 따르면 선호 씨는 지난달 6월 24일자로 ㈜CJ에 입사한 뒤 최근 상반기 공채 신입사원들과 함께 연수를 받았다. 근무부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최종 발령일은 9월 초다. 선호 씨는 그룹 적응훈련(OJT) 차원에서 지주사 내에서 부서 순환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최근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미래전략실에서 근무 중이다.
한 관계자는 “나이가 어린 만큼 당장 그룹의 전면에 나서 중책을 맡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재현 회장이 그랬듯 과장과 부장 등 조직 내 직급을 순서대로 거치면서 현장경험을 익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석 때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인 것이 이 샤르코마리투스 병 때문이라고 한다. 이 병에 걸리면 근력이 약화되고 감각이 떨어지며 근육이 위축된다. 다리 근육이 위축될 경우 걷는 것이 힘들어지고 통증이 생기거나 여러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애석하게도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 방법은 없는 상태다. 진단 후 물리치료 등을 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증상이 확연히 좋아지지 않는 만큼 치료 순응도가 낮은 편이다.
사실이 어떠하든 이 회장의 와병설과 관련한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업 총수로 나름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던 상황에서 몇 배의 비난을 받고 있는 그의 현실이 안타깝다.
이재현 회장 주치의 서울대 신장내과 김연수 교수 인터뷰
“만성 신부전증, 지난 4월 신장이식 수술 잡혀 있었다”
3년 전부터 이재현 회장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서울대 신장내과 김연수 교수와 인터뷰를 나눴다. 김 교수는 와병설을 이유로 들며 구속 수사를 피하려한다는 세간의 비판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치료가 필요한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밝혔다.
이 회장이 가진 질병이 꽤 많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가장 심각한 병은 무엇인지?
"3년 전부터 이 회장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 10년 전부터의 병력을 살펴보니 신부전증과 CMT는 물론 혈뇨, 단백뇨 등 지병이 꽤 있더라. 신부전증은 상태가 심각하다. 만성이다. 만성 신부전증은 증상에 따라 1~5단계로 악화되는데, 이 회장은 현재 5단계에 해당한다. 보통 신부전증이 있으면 투석이나 이식으로 치료를 하는데, 이 회장의 경우는 투석 단계는 지났다. 고혈압 환자라서 여의치가 않다. 현재로서 치료 가능한 방법은 신장이식이다. 요독증이 진행되고 있어 적절한 치료나 신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여태 수술을 하지 않다가 수술이 긴박해졌다?
-타이밍이 공교롭다.
"인터넷 댓글도 많더라. 의사로서의 의학적인 소견만 말하자면 긴박한 상황은 맞다. 작년부터 수술 일정을 잡던 중이었다. 아들이 적합자로 나와서 고민도 많았는데, 봄에 이식하자고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4월에 수술 스케줄도 잡혔었는데 한두 달만 더 미루자고 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다."
-건강 문제를 밝힌 시기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것은 그룹 최고 경영자의 건강 문제가 알려질 경우 기업 경영이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삼성가의 병 맞나?
"일단은 그렇다. 이미경 부회장도 같은 질환을 갖고 있다. 근육신경에 이상이 오는 병인데, 다리 쪽에 감각이 없든지 통증을 잘 모른다든지 터벅터벅 걷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 회장의 경우 이 병으로 군면제를 받았는데 50세 이후에 급격히 증세가 나빠졌다. 가능한 일인가?
"CMT는 희귀병이다. 근육 위축이 안 되어서 생기는 병이다. 이 회장의 경우는 보조 신발을 신어야 할 정도로 다리를 절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고, 억지가 아닌 사실이다."
◆ 잘 나가던 CJ 이재현 회장 무슨 잘못 저질렀기에?
검찰 조사 결과 CJ그룹은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국내에서 3천6백억 원, 해외에서 2천6백억 원 등 6천2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18일 국내외 비자금 조성을 지시·운영하며 세금을 탈루하고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19개 페이퍼컴퍼니의 명의로 CJ 주식을 매매하면서 수천억 원의 차익을 얻고 세금을 탈루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회장은 지난 2003부터 2012년까지 국내외비자금 6천2백억 원을 운영하며 546억 원의 조세를 미납하고 963억 원 상당의 법인 자산을 빼돌렸다.
특히 1998년부터 회사의 복리후생비나 조사연구비, 회의비 등을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빼돌린 회사 돈 603억8천131만 원으로 이 회장 일가의 생활비, 카드 대금을 내는 데 사용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은 해외 비자금 조성을 위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19개를 설립한 뒤 싱가포르와 홍콩에 있는 Union Bank Swiss 등 7개 외국 금융기관에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인 것처럼 가장해 납세를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자금 조성에는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활용해 회계장부를 조작했으며 개인소유 건물을 구입하면서 해외법인에 수천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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