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꽃신 사다준다는 약속 65년 만에…"
속초 공동취재단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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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24 03:00
[2차 이산상봉 오늘 출발]
98세 최고령 할아버지, 7세·4세였던 딸들 만남 기대
1차보다 평균연령 높아… "업혀서라도 가겠다" 호소
"딸에게 신발을 사다주겠다는 약속을 65년 만에 지키게 됐다."
백발의 구상연(98) 할아버지는 23일 휠체어에 앉아 곱게 수 놓인 꽃신 한 켤레를 가슴에 품고 이산가족 상봉 집결 장소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나타났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 중 최고령자에 속하는 구씨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석 달 만인 1950년 9월 황해도 장연에서 인민군에 끌려갔다. 각종 전투에 참여하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미군에게 포로로 잡혀 거제 수용소로 보내졌다. 구씨는 이번에 헤어질 당시 7세·4세이던 북측 딸 송자(72)씨와 선옥(69)씨를 만난다. 구씨의 아들 형서(41)씨는 이날 "아버지가 몸이 좀 안 좋으셔서 방에 누워계시는데 꽃신만큼은 잘 간직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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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최고령 상봉자 구상연(98)씨가 23일 오후 2차 이산가족 상봉 등록을 위해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 들어서고 있다. 구씨는 1950년 헤어질 당시 7세이던 딸에게 “신발을 사오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꽃신을 들고 왔다. /뉴시스
또 다른 최고령 상봉자인 이석주(98)씨는 북에 사는 아들 동욱(70)씨와 손자 용진(41)씨를 만난다. 이씨는 1950년 북한에서 인민군에 끌려가던 중 탈출, 홀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이씨는 고령의 나이에도 이번 상봉을 위해 직접 시장에 나가 아들에게 줄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를 샀다고 했다.
전규명(86)씨는 북한에 남겨두고 온 아내 한음전(87)씨와 아들 전완석(65)씨를 만난다. 전씨는 "(아내를 만나면)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황해도 개풍 출신인 전씨는 1950년 북한 의용군에 강제 징집됐다가 그해 포로로 잡히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부인의 임신 사실을 몰라 아들의 존재도 몰랐다고 했다. 전씨는 "(아내와 아들을 65년 만에 만나지만) 대번에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을 포함한 남측 이산가족 2차 상봉자 90명과 동반가족 165명 등 255명은 24일 금강산으로 올라가 26일까지 2박 3일간 북측 가족 188명을 만날 예정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번 2차 상봉단은 지난 20~22일 1차 상봉단보다 평균 연령이 높아 휠체어와 보청기 등을 더 많이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 80대 상봉자의 경우 지병이 악화돼 의료진이 방북을 만류했으나 "업혀서라도 가겠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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