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04 14:11 / 수정 : 2008.09.04 14:25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3일(현지시각),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맨 왼쪽)과 런닝메이트로 지목된 세라 페일린(왼쪽에서 두 번째) 그리고 페일린의 가족들이 매케인의 깜짝 등장에 환호하는 청중들에 답하고 있다. /블룸버그
'강한 엄마' 페일린
임신 8개월에 연설중 양수 터져…
알래스카로 날아가 출산… 3일 후 업무복귀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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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 페일린과 막내아들 트리그. /AFP연합지난 4월 당시 임신 8개월이던 세라 페일린(Palin) 알래스카주지사는 텍사스주에서 열린 전미(全美) 주지사 모임에서 기조연설을 하려고 연단에 섰다. 그러나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그녀는 아픈 것을 참고 연설을 한 뒤 출산을 위해 다시 알래스카로 돌아갔다. 보좌관은 뉴욕타임스(NYT)에 "페일린은 8시간의 비행 중에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산 3일 뒤 페일린은 주지사 업무에 복귀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페일린이 지명된 것은 '정치(politics)'와 '모성애(motherhood)'의 환상적인 조화 때문이라고 NYT가 7일 보도했다. '엄마'와 '정치인' 역할을 완벽하게 하고 있는 '정말 강한 여성(a tough lady)'이라는 것이다.
페일린은 막내 트리그(Trig)의 임신을 7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에게까지 숨겼다.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 ▲주지사 신분으로 임신했다는 것 등에 대한 언론의 논란과 비난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출산 뒤에야 가진 '베이비 샤워(baby shower·태어날 아기의 선물을 주는 출산 전 축하 파티)에 페일린은 트리그를 안고 나타나 "이 아기가 다운 증후군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물었다. "이 방에 있는 사람 중 완벽한 사람이 있나요?"
페일린은 NYT에 "아기가 다운증후군인 것을 알았지만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며 "이 아기는 단지 염색체가 하나 더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페일린은 또 주지사 관저의 요리사를 해고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이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18년 동안 5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상근(full-time) 유모'를 쓴 적이 없었다. 트리그는 주지사 사무실의 아기 침대에 눕혔고, 막내딸 파이퍼(Piper)는 엄마 옆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지난 6월 알래스카 주립 교도소 시찰 때에도 트리그를 안고 있었다. 미 주간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페일린은 "한밤중에는 업무를 위한 블랙베리(휴대폰 겸용 PDA)와 트리그를 위한 착유기를 동시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 페일린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10가지 사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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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알래스카 주지사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며 일약 '정치 스타'로 떠오른 새라 페일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주지사가 되기 전에는 알래스카의 외진 도시 와실라에서 시장으로 활동했던 것이 공직 경험이라면 다인 페일린은 정치 경력이 짧은 만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도 많은 편. 영국 BBC 방송은 10일 미녀대회 출신, 혹은 '하키맘(자식을 위해 뭐든지 하며 억척스럽게 사는 엄마)'이라는 잘 알려진 사실 외에 페일린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0가지 사실을 공개했다.
1. 페일린은 총 다섯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데 이들의 이름에는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다. 장남 '트랙'은 가족이 자주 낚는 소키연어가 흘러 들어오는 지류의 이름을 따서 붙였으며 장녀 브리스톨 역시 연어 낚시터로 유명한 '브리스톨 베이'를 따왔다. 둘째 아들 윌로우는 주를 상징하는 새인 들꿩(Willow Ptarmigan)을 따서 붙였으며 차녀 '파이퍼'는 페일린 가족 소유의 비행기와 같은 이름이다. 한편, 막내 아들 트리그는 고대 스칸디나비아말로 '용감한 승리'를 뜻한다.
2. 페일린 열풍으로 함께 유행의 길을 것게 된 무태 안경은 '카와사키 704'라는 모델의 티타늄 소재 제품으로 일본에서 디자인됐다. 약 300달러 하는 이 안경은 현재 페일린 때문에 인기리에 팔려나가고 있다. 덩달아 페일린의 올림머리 스타일도 유행하고 있다. LA타임스의 패션분야 기자 부스 무어는 페일린의 아무렇게나 올린 머리는 "나는 머리 단장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적극적인 정신을 상징한다"며 "이는 또 머리를 틀어 올린 다음 그게 국정이던 아이를 돌보는 일이던 집중해서 돌보겠다는 마음가짐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3. 최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크리스톨은 "매케인은 비단 '월마트맘(대형 할인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중산층 가정의 주부)'의 표심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실제로 그 자신이 월마트맘인 후보를 부통령 후보로 선정했다"며 "페일린은 지난 와실라 시장이었던 지난 1999년 동네 월마트에서 월마트 직원 2명의 결혼식에 주례를 본 일도 있다"고 말했다.
4. 페일린은 사슴 사냥과 연어 낚시를 즐기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사슴 고기 스튜다. 페일린은 또 미 역사상을 통틀어 죽은 사슴을 다듬어 요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일 것이라고 프레드 탐슨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말했다. 신디 매케인 역시 남편이 "개혁적 사고에 하키맘에 농구, 사슴 사냥, 연어 낚시, 총 장전을 할 수 있는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선정했다"며 이 같은 평가에 공감했다.
5. 페일린은 막내 트리그의 출산 예정일을 1달 남겨놓고 텍사스에서 기자회견을 갖던 중 양수가 터졌다. 페일린은 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연설을 예정대로 끝낸 다음 알래스카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차로 1시간 떨어진 병원으로 가 트리그를 순산했다. 페일린은 출산 3일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6.페일린은 알래스카 주지사로 취임한 뒤 알래스카 내 거주지와 공항 사이를 잇는 수억달러짜리 건설 계획을 폐기했다. 페일린은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샀던 이 계획을 취소시켰던 사실을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랑하며 "미 의회에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페일린이 지난 2006년 주지사로 출마했던 당시 해당 계획이 너무 '거창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 자체에는 성공한다는 뜻을 비춘 것으로 보도했다. 당시 그는 계획 폐기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며 "의회가 다리 건설에 더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을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7. 페일린은 최근 유세에서 낭비를 막기 위해 다소 호화롭다고 여겼던 자신의 '제트기'를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내 놓아 팔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비행기는 이베이에서 주인을 찾지 못해 그의 측근들이 나서서 처분해줬다.
8.페일린은 태어날 당시 천주교 세례를 받았으나 어린시절 그의 부모가 아이다호에서 알래스카로 이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와실라 지역의 오순절교계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복음주의 교회인 '와실라 바이블 교회'에 다니는데 낙태와 동성애, 유대인 등 미국 내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복음주의적 가치를 견지하고 있다. 이 교회는 또 동성애자들을 이성애자로 바꾸기 위한 기도 집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은 동성애 단체와 유대계들이 이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9. 사슴과 순록 사냥을 즐기는 그의 취미 활동은 동물애호가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는 또 '약탈동물 관리'를 명목으로 늑대 사냥을 합법화하는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그는 특히 북극곰과 흰돌고래 등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미 정부의 등록 및 보호 조치에도 반대하고 있어 동물보호단체의 '적'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또 매케인과는 달리 알래스카 야생동물보호지역 내 석유 시추를 찬성하고 있어 환경보호론자들을 질색시키고 있다.
10. 페일린은 소위 '평범한 하키맘'을 자처하고 있다. 또한 몇달전에는 그의 업적을 다룬 '어떻게 하키맘은 알래스카의 정치적 중요성을 알렸는가'라는 책이 발간되기도 했다. 이 같은 '하키맘' 컨셉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미시간과 미네소타 등 아이스 하키를 사랑하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부동층 유권자층이 많은 경합주)에서의 결전에서도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입력 : 2008.09.11 1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