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의 둠벙
뒷골 다랑논에 가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물 받아 농사짓던
둠벙 하나 있지요
장구애비, 소금쟁이
물자라, 참개구리
대대손손 살아 온 둠벙
"이 둠벙 하나로 느이 아부지랑
다섯 삼촌 다아 공부시킨 겨"
할아버지의 말씀입니다
못자리 다랑논 물을 댄 날이면
"고맙다, 참말로 고맙구먼" 하시며
둠벙 가 여기저기를 다독입니다
오늘도 할아버진
둠벙 가에 앉아
발을 닦고 삽을 씻습니다
―한상순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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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둠벙'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 작은 못을 가리키는 말의 사투리다. 할아버지 세대는 모진 가난을 극복하려고 산비탈을 깎아 다랑논을 만들고, 모진 가뭄을 극복하려고 둠벙을 만들어 물을 저장해 두었다.
하늘의 빗물을 받아 모은 둠벙의 물로 다랑논 농사를 지어 먹을 것도 해결하고 자식들 공부도 시켰다. 그런 둠벙에 할아버지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고된 농사일이 끝나면 발을 닦고 삽도 씻었다. '다랑논과 둠벙'은 할아버지 세대의 가난 극복의 상징이다. 요즘 아이들도 그런 할아버지 세대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풍요로움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이준관 / 아동문학가 / 조선일보)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 땅에 장구애비생명을 보전하소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