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저자김산해 출판휴머니스트 | 2005.1.10. 페이지수456 | 사이즈 148*210mm판매가서적 25,200원
목차
책을 내면서
일러두기
[Ⅰ] 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
1. 오직 수메르어뿐이었다
2. 조지 스미스와 길가메쉬 서사시
3. 길가메쉬 서사시의 연대기
[Ⅱ]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주요 등장인물과 배경
1. 영웅 길가메쉬 왕
2. 엔키두의 창조
3. 엔키두의 개화
4. 길가메쉬의 꿈
5.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만남
6. 훔바바 살해 음모
7. 닌순의 기도
8. 삼목산 여행
9. 훔바바와의 싸움
10. 후와와의 죽음
11. 이쉬타르의 청혼
12. 길가메쉬의 하늘의 황소
13. 길가메쉬와 아가의 전쟁
14. 엔키두의 악몽
15. 엔키두의 죽음
16.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저승 여행
17. 길가메쉬의 방황과 전갈 부부
18. 씨두리의 충고
19. 뱃사공 우르샤나비의 도움
20. 우트나피쉬팀과의 조우
21. 우트나피쉬팀의 홍수 이야기
22. 왕의 귀환
23. 길가메쉬의 죽음
[Ⅲ] 비극의 전주곡, 죽음의 공포
1. 초야권
2. 여자
3. 죽음
[Ⅳ] 황금시대의 전설
1. 수메르 신들의 강림부터 인간 창조까지
2. 인간 창조 이후부터 대홍수까지
3. 대홍수 이후부터 길가메쉬까지
4. 길가메쉬 이후부터 싸르곤 1세까지
참고문헌
연표 - 길가메쉬, 수메르, 메소포타미아 문명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1. 신화를 낳은 신화, 그 주인공의 영웅적 이야기
― 이 책의 개요
19～20세기에 걸쳐 인류가 이루어낸 최대의 업적으로 꼽히는 사건이 ‘수메르의 발견과 부활’이다. 19세기 중엽 무렵부터 가속화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 작업은 신화와 종교의 뿌리, 문명의 처음,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수메르’라는 최고·최초의 국가가 고스란히 부활하는 쾌거를 부르게 했다. 5천 여 년 전, 지구상에 그 어떤 문명도 존재하지 않았던 선사시대에 수메르인들이 이룩한 위대하고도 찬란했던 초고대(超古代) 문명이 2천 여 년 동안 인간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하나하나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신화·문명·역사의 발상지 수메르. 지금의 위치로 보면 북으로는 터키, 남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동으로는 이란, 서로는 시리아와 요르단이 접하고 있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에 수메르의 도시 국가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시원(始原)의 수메르가 존재하고 있었다. 대홍수 이전에도 그랬고, 대홍수 이후에도 그랬다. 수메르는 인간이 이룩한 ‘최초의 성숙한 문명’이었다. 인류가 추구해온 모든 가치와 규범, 신화, 종교, 역사, 언어, 문자, 철학, 윤리학, 법률, 정치, 행정, 경제, 국방, 의학, 과학, 천문학, 수학, 농업, 공업, 상업, 교육, 출판, 문학, 예술, 음악, 건축, 스포츠 등이 총망라된 위대한 문명의 기원이 그곳에 있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9쪽, 〈책을 내면서〉 중에서
최초의 성숙한 문명이었던 수메르는 오랜 세월의 폐허 속으로 사라져 인간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최초로 문자를 발명하여 언어를 사용했던 수메르인들이 남긴 놀라운 흔적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화된 거의 모든 것의 처음이었다. 유사 이래 인류가 그 동안 쌓았던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곳곳에 불과 150년 전까지도 전혀 몰랐던 ‘수메르의 염색체’가 숨어 있었다. 서구인들로부터 ‘최초’라는 타이틀을 잘못 움켜쥔 그리스 신화와 히브리 신화는 수메르 신화로부터 출발하였다. 신화뿐만 아니라 문명과 역사를 비롯한 모든 것이 다 그랬다. 인간이 그토록 영생불멸을 갈구하면서 믿어왔던 종교와 철학의 원뿌리가 수메르에 있었다. 수메르에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된 우르-남무 법전은 ‘최초의 법전’이라는 함무라비 법전보다 350년 전인 약 4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다시 그 보다 250년 전인 약 4350년 전 수메르의 도시국가였던 라가쉬의 통치자 우르카기나는 당시 부패한 사회를 돌이켜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회칙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인류에게 가장 강렬하고 깊숙이 뿌리내린 ‘수메르의 염색체’는 수메르의 거대한 도시국가였던 우루크의 영웅 길가메쉬였다.
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역사가’라고 주장하는 헤로도투스의 ‘역사’는 약 2500년 전에 벌어졌던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사였다. ‘서양의 시작’이라는 그리스가 오리엔트 즉,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의 마지막 제국 페르시아와 대립했던 것이다. 그리고 약 2335년 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끄는 그리스 군대에 의해 페르시아가 멸망하면서 오리엔트 문명의 불빛은 완전히 꺼져버렸다. 수메르로부터 시작된 오리엔트 문명의 끝은 곧 그리스의 문화와 정신의 시작이었다.
페르시아와 그리스가 전쟁을 벌였던 시기보다 약 2300년 전, 그렇게 오랜 옛날에 수메르의 거대한 도시 국가 우루크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또 다른 도시국가였던 키쉬의 아가 왕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던 것이다. 우루크 왕은 서둘러 도시의 연장자들을 불러 상의했고, 젊은이들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오늘날의 양원제와 같은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절 지상에서 가장 거대했고 위대했던 우루크를 통치한 왕은 영웅 길가메쉬였다. 그는 ‘최초의 국가’로, ‘최초의 신화’와 ‘최초의 문명’과 ‘최초의 역사’를 인류에게 안겼던 수메르의 왕들 중 한 명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816년 전부터 126년 동안 우루크를 통치한 왕이었다. 신화와 역사, 양쪽에 모두 몸을 걸치고 있었던 왕이었다. 사람들이 전설상의 존재로만 여겼던 왕이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10쪽, 〈책을 내면서〉 중에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Odysseia)보다 1700년이나 앞서 쓰이기 시작한 〈길가메쉬 서사시〉는 지금으로부터 4816년(BC 2812년) 전부터 126년 동안 지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위대했던 우루크를 통치했던 영웅 길가메쉬 왕의 이야기다. 신화와 역사 양쪽 모두에 속해 있는 존재, 전설상의 인물로만 여겼던 길가메쉬는 그에 대한 기록물들, 즉 수메르인들과 그 후손들이 만들어 놓은 점토서판(粘土書板)에 문자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자들이 해독되면서 그가 역사의 수레바퀴 속으로 등장하게 된다. 인류의 최초의 영웅은 이렇게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길가메쉬는 오디세우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같은 영웅의 원형이었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오디세이아뿐만 아니라 고대 영국의 영웅 서사시며 게르만 민족 최고의 서사시인 〈베어울프(Beowulf)〉로부터 톨킨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 이르기까지 영웅 문학의 출발점이요, 최고(最古) 정점(頂點)에 우뚝 서 있다. 또한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쉬 서사시는 유대교를 비롯한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에서 동일하게 믿고 있는 창세기 신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 활동 시기와 거의 같은 때에 혹은 약간 후대에 쓰인 히브리족의 창세기 〈베레쉬트〉는 수메르 신화의 축약본이요, 개작본이다. 야붸를 민족의 신으로 숭배했던 약소민족의 지식인들에게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수메르의 전승을 간직하고 있던 바빌론의 힘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 길가메쉬의 전승과 〈베레쉬트〉의 연결고리는 서사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 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의 창조, 여자의 유혹과 성(性), 그리고 신들만이 갖고 있던 지혜의 습득, 신들의 정원 딜문,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불로초를 강탈한 뱀, 대홍수로 인간을 절멸시키려는 신들의 계획, 인간의 창조주 엔키의 구원, 대홍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 우트나피쉬팀. 길가메쉬 서사시를 읽어가노라면 잠시 〈베레쉬트〉의 행간에 빠져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영생을 찾아 나선 길가메쉬의 방황은 모세나 예수가 광야를 헤맨 이유를 돌이키게 하고, 죽음 앞에 선 그의 절규는 욥의 그것을 듣는 듯하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13～14쪽, 〈책을 내면서〉 중에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으로 구성된 점토서판 원문 모두를 음역하고 한역하여 소개하는 작품이다. 이 책의 2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두 판본을 깊이 연구하여 한국의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독특하게 재구성했으며 흥미만점의 해설도 추가되어 있다. 이에 덧붙여 길가메쉬 서사시가 빛을 발하기까지의 과정을 묶은 1부〈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 죽음의 공포를 최초로 사유한 수메르인과 길가메쉬 서사시를 음역하여 써 내려가면서 느꼈던 ‘죽음의 공포에 대한 가장 위대한 서사시’에 대한 저자 김산해의 감상문(3부), 오랜 세월 동안 길가메쉬 이전의 황금시대에 일어난 수메르 신화를 기록한 수많은 점토서판을 공부한 저자가 고대 수메르 필경사들을 떠올리며 288행으로 압축해놓은 수메르 신화의 귀중한 결정판과 대홍수 이후의 수메르 도시국가 키쉬의 왕으로부터 우루크의 길가메쉬까지 이어지는 왕명록이 소개되어 있으며, 길가메쉬 이후 수메르를 뒤이어 등장한 최초의 셈족 국가 악카드의 시조 싸르곤 1세까지의 연대기(4부)를 정리한 책이《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이다.
히브리 신화와 그리스 신화에 앞서 악카드어로 기록된 원본들이 있었다! 악카드어로 기록되기 전에 수메르어로 기록된 진짜 원본들이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최초의 신화, 최초의 서사시를 접할 수 있는 시기에 태어난 행운을 잡은 것이다. 이것은 4000여 년 전 수메르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뒤로부터 다시 부활하기까지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한 특혜인 셈이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51쪽, 1부〈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 중에서
2. 메소포타미아 문명 속의 수메르와 ‘길가메쉬 왕’
1. 삶의 시작
BC 9000～4300년, 이라크 북동부 자그로스 산록지역인 카림 샤히르와 사해 북쪽 예리코를 필두로 이라크 북부의 자르모와 하수나, 이라크 남부의 에리두, 시리아 북동부 할라프 등지에서 인류의 다채로운 삶이 이어지고 고대 근동 지역에서 무역이 시작되다.
2. 수메르 문명의 출발
BC 4500～3000년, 이라크 남부 우바이드에서 수준 높은 문화가 시작, 수메르인이 역사와 문명의 무대에 출현하고, 셈계의 유목민이 우바이드인과 섞이다. 수메르의 여러 도시국가들이 발전, 왕제가 세습군주제로 이어지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그림문자가 기록되기 시작하다. 이후 수메르는 수백 년 동안 10여 개의 도시국가들이 전란으로 난립하다.
3. 길가메쉬 왕과 싸르곤 1세 그리고 수메르의 멸망
BC 2812～2687년, 우루크 제1왕조 5대왕 길가메쉬가 126년 동안 통치하다. 왕의 사후 2천여 년 동안 수메르어, 악카드어, 힛타이트어, 중근동의 초기 언어들로 그의 영웅담이 여러 민족들에 의해 수없이 되풀이하여 기록되다
BC 2335년, 싸르곤 1세가 최초의 셈족 국가인 악카드를 탄생시키다. 이후 왕권은 우루크(4왕조), 구티인, 우루크(5왕조), 우르(3왕조)로 각각 이양되다.
BC 2123년, 히브리족 최초의 족장 아브람이 태어나다.
BC 2094년, 개국한 우르(3왕조)의 슐기왕이 주도한 수메르의 문예부흥기를 거치다.
BC 2004년, 입비-씬을 마지막으로 우르 왕권이 아모리인의 이씬 왕조로 넘어가 수메르 시대는 종말을 고하다. 이씬 왕조는 라르싸에게 멸망하다.
4. 함무라비 왕과 바빌론 그리고 오리엔트 문명의 끝
BC 1792～1750년, 바빌론 제1왕조 6대왕 함무라비가 메소포타미아 전 지역을 통일하여 오리엔트의 맹주가 되다.
BC 1531년, 힛타이트 군대에 의해 바빌로니아가 유린된 뒤 카시트왕조를 세워지다.
BC 1440년, 모세와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하다.
BC 1169년, 카시트 왕조가 앗씨리아에게 멸망하다.
BC 1000년, 다비드가 최초의 이스라엘왕국을 예루살렘에 세우다.
BC 721년, 신(新)앗씨리아의 싸르곤 2세가 이스라엘을 정복하다.
BC 668년, 신앗씨리아 왕 앗슈르바니팔이 니느웨에 대도서관을 건립하다.
BC 625년, 나보폴아싸르가 신바빌로니아(칼데아 왕조)를 세우다.
BC 612년, 니느웨가 파괴되고 2년 후 신앗씨리아가 멸망하다.
BC 601년, 신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짜르 2세가 유대왕국의 예루살렘을 함락시키다.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가다.
BC 538년, 페르시아의 키루스 2세가 바빌론에 무혈입성, 신바빌로니아가 멸망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다.
BC 492～449년, 페르시아가 그리스와 벌인 전쟁에서 패하다.
BC 331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다음해에 페르시아가 멸망하여 오리엔트 문명이 종료되다.
인류 최초의 선진 문명이었던 수메르는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꽃피우다가 셈족에 의해 멸망하였고, 바빌로니아와 앗씨리아에 의해 다시 약 2천 년 동안 ‘명맥’만을 유지하다가 페르시아가 종말을 고한 뒤로 약 2300년 동안 인간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했다! 수메르가 자취를 감춘 지 4300여 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탐험가들, 발굴 전문가, 고고학자,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책상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해독 불가능한 문자들을 두고 이리저리 따져보고 비교하고 추론해냈던 해독가와 역사학자들이 바로 메소포타미아의 발견자들이다.
3. 이 책의 특징
― 1. 국내 처음으로 점토판 문자 원전을 옮긴 인류 최고의 영웅 이야기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메르어 판본과 악카드어 판본을 통합하여 음역하고 재구성한 작품이다. 즉 악카드어인 셈어 판본들, 약 4000~3600년 전의 고(古)바빌로니아 시기에 기록된 고(古)바빌로니아 판본, 바빌로니아 카시트 왕조 때 기록된 씬-리키-운니니의 표준 바빌로니아 판본, 그리고 고(古)바빌로니아 이전의 수메르어 판본. 이 세 가지 점토서판을 거의 모두 해독하여 소개하는 첫 번째 시도이다. 사어(死語)가 된 언어와 문자를 더듬거리며 풀어써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20여 년 간 지속된 저자 김산해의 힘겨운 수메르 여행길을 1차 마감하는 작품임과 동시에 새로운 여정으로 나아가는 작품이다.
2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의 ‘3. 길가메쉬의 꿈’의 도입 부분에 해당하는 설형문자와 필자의 1910년대 방식의 악카드어 음역(제1～2행은 ‘길가메쉬가 일어나 그의 어머니에게 꿈 이야기를 말했다’로 시작해서 마지막 37～38행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의 어머니가 길가메쉬에게 대답하였다’로 끝난다)이다. 길가메쉬가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꾼 꿈을 어머니 닌순에게 말하고, 닌순은 아들에게 해몽해주는 장면이다. 음역 자체는 1910년대의 학자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해보려고 노력했다. 당시 학자들은 길가메쉬를 ‘길가미쉬(iluGilgami?)’ 또는 '기쉬-투-바르(dGI?-TU-BAR)라고 음역하곤 했다. 길가메쉬 서사시의 대홍수 이야기를 해독해서 유명해진 조지 스미스 같은 경우에도 길가메쉬를 ‘이즈두바르(izdubar)'로 간신히 읽어내는 정도였다. 모두 수메르어가 완전히 해독되지 못한 이유에서였다. Gilgami? 앞에 붙인 위첨자 ‘ilu’는 ‘신’에 해당하는 악카드어이며, 'd'는 ‘din.gir'로 ’신‘에 해당하는 수메르어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가장 오래된 수메르어 판본과 그 후대의 악카드어 판본으로 구별되며, 악카드어 판본은 다시 고바빌로니아 판본은 표준 바빌로니아 판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책의 악카드어 판본은 필자가 일일이 두 판본의 내용을 대조하여 음역해보고 합친 말하자면 통합 판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수메르어 판본 역시 여러 단편들을 모두 모아 음역하고 소개하였다. 그리고 산문 형식의 서사시를 좀더 읽기 편하게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책의 2부가 완성된 것이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18～19쪽, 〈일러두기〉 중에서
―2. 신화의 원전, 서사문학의 최고봉 - 길가메쉬 서사시, 그 탄생의 비밀
1872년 12월 3일 런던 성서고고학회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영박물관 연구원 조지 스미스가 앗씨리아 토판들 중에 들어 있는 대홍수의 내용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해 가을 스미스가 박물관 수장고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점토판을 하나씩 들추다가 성서의 대홍수 이야기와 유사한 대목을 보고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 것이었다. 영국의 수상 글래드스톤을 비롯한 모든 청중들은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대홍수라면 당연히 성서에만 나오는 걸로 착각하고 있었다. 1852년 길가메쉬 서사시가 기록된 점토서판은 앗씨리아의 수도 니느웨에 있던 앗슈르바니팔 도서관에서 호르무즈 라쌈에 의해 발굴되었다. 그것은 당시 라쌈에 의해 수집된 2만 4천여 개나 되는 점토판들 중 일부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서야 스미스의 ‘충격적인 해독’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가 발표한 토판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1873년 1월, 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지의 편집장 에드윈 아놀드 경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지원하는 비용으로 스미스가 니느웨에 가서 대홍수가 기록된 토판의 나머지를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어 스미스는 발굴 여행을 떠났다. 가장 큰 목적은 대홍수 이야기에서 누락되어 있던 17행을 찾아내는 거였다. 그는 기나긴 여행 끝에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모술에 도착했다. 발굴이 시작된 지 불과 5일 만에 대홍수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수메르, 수메르인이라는 용어는 1869년에 비로소 등장했다. 1891~1930년대에 이르기까지 〈길가메쉬 서사시〉의 악카드어 판본 연구가 이어졌다. 1923년 수메르어의 문법적인 기초가 마련되면서 수메르어 판본의 해독작업이 시작되었다.
히브리 신화와 그리스 신화에 앞서 악카드어로 기록된 원본들이 있었다. 악카드어로 기록되기 전에 수메르어로 기록된 진짜 원본들이 있었다.……길가메쉬 서사시의 원형은 지금으로부터 약 4600여 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설형문자는 상형문자에서 음절문자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었기에 현재까지 알려진 〈길가메쉬 서사시〉처럼 방대한 내용을 표현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4500년 이전에도 이미 수메르 전역에 학교가 있었고, 공식적으로 문자 교육이 행해지고 있었으므로 길가메쉬 전승은 계속되었다.
4338년 전, 수메르는 악카드의 건설자 싸르곤 1세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권력의 이동은 언어의 이동으로 이어졌다. 힘을 잃은 수메르어는 다만 문어(文語)의 기능에만 충실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수메르어는 가장 우수한 두뇌집단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몇몇 왕조를 거치면서 왕권은 우르남무(Ur-Nammu)가 개국한 우르 제3왕조로 넘어갔다. 약 4100년 전 문화적 향기를 듬뿍 지닌 통치자가 왕위에 올랐다. 바로 유명한 슐기(Shulgi) 왕이었다. 왕은 우르와 니푸르에 학교를 세웠고, 당시까지 구전으로 전해오던 수메르어 찬미가들이 기록되기 시작했다. 슐기 왕은 에둡바(?-dub-ba-a/Edubba, 점토서판의 집)라고 불리던 학교에서 필경사들을 훈련시켰다. 학교 교육이 더욱 번창했으므로 수메르어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슐기 O’라고 명명된 수메르어 찬미가(38～42행)를 읽어보면, 필경사들이 길가메쉬라는 조상을 영웅시하여 슐기와 연결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약 3800년 전 바빌론 제1왕조 6대왕 함무라비가 오리엔트를 통일했고, 최초의 셈어인 악카드어는 당당히 국제어로 최정상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조차도 수메르어의 명성은 막강했다. 서기들은 악카드어의 한 갈래인 바빌로니아어를 배우면서도 선조들이 써 놓은 수메르어 문서들을 읽어야 했고, 반드시 수메르어를 배워야 했다. 악카드어나 바빌로니아어가 통용어였지만 수메르어는 문어(文語)의 최고봉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록물들은 우르나 니푸르 등지에서 대량으로 발굴되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45～51쪽. 1부〈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 중에서
―3. 비극의 전주곡, 죽음의 공포에 대한 가장 위대한 서사시
수메르의 거대한 도시국가 우루크의 왕, 3분의 2는 신이며 3분의 1은 인간, 약 5미터나 되는 몸과 강력한 힘으로 새신부들에게 초야권(初夜權)을 마구 휘둘렀던 길가메쉬. 악마 훔바바(후와와)와 무시무시한 하늘의 황소까지 제거하며 모험을 즐기던 영웅은 죽음의 비극 앞에서 방황한다. 영생불사(永生不死)할 수 없는 인간의 절망, 죽음이라는 고독한 운명의 고통,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던 한 인간의 절규!
“아, 이럴 수가!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트나피쉬팀이시여,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죽음의 도둑'이 제 육체를 붙잡고 있습니다. 제 침실에는 죽음이 머물러 있고, 제가 발걸음을 떼어놓는 곳마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길가메쉬 서사시의 마지막 장면을 덮고 나면 한 평생을 다 살아버린 사람처럼 된다. 사나이들의 우정, 사랑의 희비, 미지로의 모험, 괴물과의 싸움, 죽음보다 깊은 잠과 꿈, 영생을 향한 끝없는 욕망, 그리고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비애. 왕의 신분에서 졸지에 대초원을 방황하는 거지 신세가 되어 죽음을 초월하는 길을 찾고자 했던 길가메쉬는, 왕자였으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생사의 괴로움으로부터 해탈의 경지를 찾아 길을 떠난 석가족의 고타마 싯다르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영웅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오직 죽음뿐이다. 죽음의 바다를 건너 영생자 우트나피쉬팀을 만나보고도 끝내 영생할 기회를 잡지 못한 영웅은 결국 죽는다. 그 어떤 고독도 죽음 앞에서는 ‘힘겹다’는 말을 들이밀 수 없다. 그것은 한낮 사치일 뿐이다. 죽음은 절대고독이며, 고독의 극치며, 고독의 끝인 것이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14～15쪽, 〈책을 내면서〉 중에서
―4. 신화시대의 천기누설, 황금시대의 전설
대홍수 이전 창세의 시절 수메르 신들이 강림하여 땅을 개척하고 땅을 분할하기위해 다툼을 벌이던 신들만이 존재하던 때의 회상, 인간이 창조된 배경과 대홍수로 인해 절멸의 위기에 섰던 인간이 구제되는 생생한 과정,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신화시대의 비밀을 폭로한 수메르 신화의 결정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150년 전까지도 전혀 몰랐던 수메르 왕들의 연대기와 성서시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메르 왕조가 소개되어 있다.
049 ‘땅의 주인’이 된 엔키
050 최초로 정착지를 세운 엔키
051 최초로 강림한 곳에서 멀리 멀리 여행한 엔키
052 ‘나는 여행할 것이다!’
053 ‘나는 나의 땅으로 나갈 것이다!’
054 최초의 개척자 엔키는 한 도시를 세웠다
055 습지 위에 세워진 인공적인 도시 에리두
056 ‘엔키왕이 신전을 세웠습니다!’
057 ‘그가 산처럼 땅에서 에리두를 들어 올렸습니다!’
058 ‘이 모든 것을 이룬 아버지 엔키를 찬미하라!’
059 누딤무드의 도시
060 슬기로운 창조자의 도시였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389～390쪽, 4부 〈황금시대의 전설〉 중에서
묘책이 나왔다. 엔릴은 폭동의 주모자를 죽일 생각뿐이었다. 수메르 신들이나 인간이 큰 고민에 쌓여 있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은 대부분 엔키의 몫이었다. 묘책은 그만이 생각해낼 수 있었다! 수메르 만신전에서 그의 지혜를 따라올 자는 결코 없었다. 지혜의 신왕 엔키는 신들 대신 노동을 감당할 ‘원시 노동자’를 창조하자고 제안했다. 큰 신들이 산파의 여신 닌투를 불렀지만 위대한 생명과학자는 단연 엔키였다. 운명을 결정짓는 큰 신들의 모임에서, 전쟁을 목전에 둔 신들의 ‘비상대책회의’에서 사람을 만들어내자는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405쪽, 4부 〈황금시대의 전설〉 중에서
4. 인류 최고의 영웅 길가메쉬 서사시 요약
1.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만남
지상 최대의 도시 우루크, 그곳의 통치자는 모든 왕들을 압도할 정도로 거대한 풍모를 지닌 길가메쉬다. 그는 인간 루갈반다와 야생 암소의 여신 닌순의 아들로 3분의 2는 신이며 3분의 1은 인간인 세상 최고의 남아다. 그러나 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횡포를 부리고 우루크의 신부(新婦)들을 차지하는 폭군으로 우루크인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한탄은 천계에 전달되고, 신들의 요청으로 모신(母神) 아루루는 길가메쉬의 강력한 맞상대 엔키두를 창조한다. 그러나 엔키두는 미개한 원시인일 뿐이다.
우루크 신전의 음탕한 여자 샴하트는 한 사냥꾼의 인도로 야생 동물이나 다름없던 엔키두에게 접근하여 인간다운 성(性)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순간 엔키두는 원시인에서 문명인으로 탈바꿈하여 우루크로 입성한다. 길가메쉬는 하늘의 별 하나가 자신에게 떨어지는 꿈을 꾼다. 닌순은 아들이 엔키두와 만날 거라고 해몽하고, 그것은 현실이 된다. 우루크 광장에서 두 거인은 대결한다. 그러나 둘은 이내 입을 맞추고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된다. 이것으로 길가메쉬의 횡포는 멈춘다.
2. 길가메쉬의 모험과 훔바바의 죽음
길가메쉬는 항상 삼목산이라는 신산(神山)에 살고 있는 산지기 훔바바를 죽이고 이름을 날리는 꿈을 꾼다.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한 삼목산을 잘 알고 있던 엔키두는 왕의 만용에 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용감한 청년 길가메쉬는 무기를 준비하고 우루크의 고매한 장로들의 허락을 받아내어 위험천만한 원정을 떠나게 된다. 태양의 신 우투/샤마쉬를 향한 어머니 닌순의 간절한 기도가 들리고, 길가메쉬의 기도가 이어지지만 왕의 점괘는 불안하기만 하다. 친구며 형제인 엔키두는 마음을 돌려 동행하고, 우루크 장로들은 젊은 왕에게 충고를 던진다. “자신의 힘만을 너무 믿지 마시오. 주변을 항상 살피고 주의하시오. 엔키두를 당신 앞에 세우시오.”
둘은 삼목산 여행길에 나선다. 길가메쉬는 도중에 임시막사에서 꿈을 꾸고 엔키두가 길몽이라며 해몽한다. 그들 뒤에는 우투가 지키고 있다. 이윽고 둘은 삼목산 입구에 다다른다. 그토록 기고만장하던 왕은 훔바바를 보자마자 천하의 겁쟁이로 변한다. 둘은 위기에 몰리지만 우투가 열세 가지 바람을 일으켜 전세를 역전시킨다. 왕은 목숨을 구걸하는 훔바바에게 일순 마음이 약해지지만 엔키두의 재촉으로 훔바바의 목을 내리친다. 그들은 후와와라고도 부리는 산지기의 목을 갖고 엔릴 앞에 나선다. 곧바로 엔릴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왜 이 따위 짓을 했나? 말다툼 끝에 이 따위 짓을 했나? 땅에서 그의 이름을 아주 없애버릴 심사로 그랬나?” 길가메쉬는 자신의 만용에서 비롯된 이 사건이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3. 이쉬타르의 청혼
왕은 삼목산 원정을 마치고 우루크로 돌아온다. 그는 긴 여행과 격렬한 싸움의 흔적을 모두 털어 버리고 제왕다운 복장을 갖춘다. 젊은 왕의 매력에 사랑의 여신 이쉬타르의 눈동자가 빛난다. “이리 오세요, 길가메쉬. 그대는 내 남편이 될 것이니, 그대가 갖고 있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내게 주세요.” 그러나 길가메쉬는 여신에게 당한 남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녀의 난잡한 연애담을 비아냥거린다. 모욕을 참지 못한 이쉬타르는 하늘로 올라가 신들의 아버지 안/아누에게 하늘의 황소를 내달라고 조른다. 복수에 불타는 여신은 하늘의 황소를 몰고 우루크로 내려온다. 그러나 엔키두는 황소의 힘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그가 먼저 황소를 꼬리는 잡고 있는 동안 길가메쉬의 칼이 황소의 몸속에서 난도질한다. 이쉬타르는 비탄에 빠지고 왕은 축전을 연다. 이것이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은 전혀 모르고서……
4. 엔키두의 악몽과 죽음
길가메쉬는 키쉬의 아가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영웅의 위력을 맘껏 과시한다. 그러나 훔바바와 하늘의 황소를 죽인 사건으로 신들의 저주가 시작된다. 비극의 전주곡은 엔키두의 악몽으로 비롯된다. "오 형제여. 내 동생! 어찌하여 신들이 나는 놔주고 너에게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일까?…… 인간은 가끔 운명의 시간이 오기도 전에 죽어야만 한다네." 꿈을 꾼 지 열 이틀 만에 엔키두가 죽는다. 왕은 탄식한다. “네가 죽은 뒤에 나는 더러운 거적 같은 털이 내 몸에 자라게 놔두고, 개가죽을 입고 대초원에서 배회할 것이다!” 길가메쉬는 상(喪)을 당한 장소에 털썩 주저앉아 9일 동안 넋을 잃고 있다.
5. 길가메쉬의 방황
“나는 죽을 것이다! 나도 엔키두와 다를 바 없겠지! 너무나 슬픈 생각이 내 몸 속을 파고드는 구나! 죽음이 두렵다.” 왕은 졸지에 거지가 되어 영생불사의 땅을 찾아 대초원으로 나선다. 마슈산 입구를 지키는 전갈부부의 허락을 받아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신들의 정원을 발견하지만 그곳은 방랑자의 목적지가 아니다. 바다 끄트머리에 살고 있는 포도주의 여신 씨두리가 현실을 즐기라고 방랑자를 유혹한다. “당신이 찾고 있는 영생은 발견할 수 없어요. 신들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인간에게는 필멸의 삶을 배정했고, 자신들은 불멸의 삶을 가져갔지요. 길가메쉬. 배를 채우세요. 매일 밤낮으로 즐기고, 매일 축제를 벌이고, 춤추고 노세요…….” 그런 일은 방랑자의 안중에도 없다. 그는 다시 뱃사공 우르샤나비를 만난다. 둘은 죽음의 바다를 건너 영생자 우트나피쉬팀이 살고 있는 신들의 땅에 다다른다.
6. 우트나피쉬팀과 홍수이야기
“길가메쉬, 내가 너에게 숨겨진 사실을 말해 주리라. 신들의 비밀을 네게 말해 주리라!” 길가메쉬의 조상이기도 한 우트나피쉬팀은 홍수를 피해 어떻게 자신이 영생자가 되었는지 소상하게 일러준다. 위대한 신들은 홍수를 인간을 절멸시키려는 계획을 꾸민다. 신들은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하지만 인간의 구세주 엔키/에아가 우트나피쉬팀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엔키의 지시에 따라 배가 만들어지고 홍수는 일어난다. 우트나피쉬팀 일행을 제외한 모든 인간은 수장을 당한다. 홍수의 공포는 아눈나키 신들도 떨게 만든다. 우트나피쉬팀의 배는 니무쉬산에 멈춘다. 신들의 실권자 엔릴이 생존자를 확인하고 화를 낸다. 엔키가 엔릴를 진정시키자, 엔릴은 우트나피쉬팀 부부의 손을 잡고 축복한다. '예전에 우트나피쉬팀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트나피쉬팀과 그의 아내는 우리 신들처럼 되었다! 우트나피쉬팀은 멀리 있는 곳, 강 입구에 살게 되리라.'
길가메쉬는 다시 7일 동안 깊은 잠에 빠진다. 이제 그에게 영생의 기회는 없다. 우트나피쉬팀 부부는 가련한 여행자에게 ‘늙은이가 젊은이로 되는 식물’을 선물한다. 그러나 생명의 식물은 뱀의 차지가 되고 만다. 길가메쉬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빈손만 쥔 채 우루크로 돌아온다.
7. 길가메쉬의 죽음
위대한 영웅이며, 악을 줄게 한 독보적인 힘을 소유한 자며, 가장 지혜로운 말을 구사한 자며, 여러 국가를 점유하고 산을 오르는 법을 알았던 우루크의 통치자는 ‘탄식의 침상’에 누워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임종을 맞이한 그의 귓전에 엔키의 충고가 들린다. “그렇다하여 슬퍼해서도, 절망해서도, 의기소침해서도 안 된다. 너는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고난의 길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너는 이것이 너의 탯줄이 잘려진 순간부터 품고 있었던 일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날이 이제 너를 기다린다. 인간의 가장 고독한 장소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멈추지 않는 밀물의 파도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피할 수 없는 전투가 이제 너를 기다린다. 그로 인한 작은 접전이 이제 너를 기다린다. 그러나 너는 분노로 얽힌 마음을 갖고 저승에 가서는 안 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 유은호목사의 인문학고전세미나 - 김산해. 『길가메쉬 서사시』 서울: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05
# 배철현, 「신-레케-우닌니의 길가메쉬 서사시 편집의도」 『인문언어』 7(2005), 155-201.
1. 길가메쉬 서사시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현재 이라크에서 기원전 21세기부터 기원전 7세기까지로 추정되는 여러 종류의 쐐기문자들로 쓰인 토판문서에서 발견된 서사시이다.
2. 길가메쉬 서사시는 지중해의 전통적인 서사시를 이해하는데 귀중한 시각을 제공해줄뿐 아니라 인류 최초의 세계문학형태를 보여준다.
3. 길가메쉬 서사시는 구약성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일들과 날들,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와 공통된 부분이 많다.
4. 길가메쉬가 단짝 친구를 만나 모험을 하고, 순간의 실수로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게 되는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는 서사시이다.
5. 길가메쉬는 수메르 왕조(기원전 2700-2500)시대 우룩시의 왕이었다. 수메르 문헌들과 아카드 문헌들에 등장하는 길가메쉬는 다분히 신화적이거나 전설적인 요소들이 많다.
6. 시속에 신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역사성이 있는 길가메쉬라는 인물에 기초를 두기 때문에 신화가 아니라 서사시로 구분된다.
7. 길가메쉬가 죽은 지 400년이 지나서 길가메쉬 서사시가 쓰여졌다. 이때 길가메시는 이미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다.
8. 길가메쉬의 죽음은 신들이 허락하지 않는 영생에 대한 인간의 덧없는 추구를 주제로 한다. 신들이 당황한 것은 길가메쉬가 인간이지만 여신인 닌순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9. 길가메쉬는 왕으로 태어났지만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지하세계에서 그는 그의 가족과 엔키두를 만나고 일종의 ‘낮은 신들’의 하나로 기억된다.
10. 길가메쉬는 엔키두에게 백향목 숲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한한다. 길가메쉬는 후와와를 죽이자고 한다. 엔키두는 후와와는 신에 의해 임명되었기 때문에 죽여서는 안된다고 한다. 길가메쉬는 엔키두에게 죽기를 무서워하는 겁쟁이라고 한다. 길가메쉬는 전쟁에서의 불멸의 명성을 찬양한다.
11. 엔키두의 죽음 때문에 지친 길가메쉬는 영생을 얻기 위하여 돌아다닌다.태양신인 샤마쉬가 하늘에서 그에게 그의 노력이 부질없음을 말한다. 그러나 길가메쉬는 안주함을 원하지 않는다.
12. 길가메쉬의 오래된 판본에는 홍수와 우트나피쉬팀의 이야기가 없다. 우트나피쉬팀은 홍수에서 살아남는다.
13. 엔키두는 길가메쉬의 ‘야만성, 자연성’을 상징하는 ‘제2의 자아’이다. 그러므로 엔키두를 애도하는 행위는 길가메쉬의 반쪽 자아를 찾으려는 시도이다.
14. 길가메쉬는 우룩시에 있는 여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남자들을 괴롭힌다. 이런 행동으로 우룩시에 사는 여인들이 신들에게 항소한다. 그래서 신들은 엔키두를 만든다.
15. 길가메쉬의 성격은 경쟁적, 공격적, 인내성이 부족하고 무모하고 위험을 감수한다. 도시의 장로들의 충고에도 아랑곳없이 원정을 떠난다.
16.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도 길가메쉬 서사시에서와 같이 한 사람의 지하세계 여행을 서사시 마지막 부분에 첨가하고 있다.
# 신성자, 「창조와 홍수에 관한 성경과 고대 근동문화의 비교 -창세기와 에누마 엘리쉬 길가메쉬 서사시를 중심으로-」 『신학지남』 제62권 2 (1996. 6), 31-50.
1. 길가메쉬 서사시는 편집작품으로 2500 B.C경에 유통되었던 것으로 보나 그것의 최종 형태는 1000 B.C에 이루어졌다.
2. 길가메쉬 서사시의 홍수이야기에서 새를 내보내는 착상은 고대문학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3. 성경의 홍수는 인간의 죄 때문이었다. 그러나 길가메쉬 서사시에서는 신들의 기분, 변덕 때문이었다.
4. 길가메쉬의 홍수와 성경의 홍수 이야기는 단일한 실제 사건에 대한 두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