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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돼지와 인플레- 장세정
이름: 흰빛/한홍철


등록일: 2007-09-06 19:45
조회수: 473 / 추천수: 88
링크: http://article.joins.com/article/olink.asp?aid=2979773&serviceday=20070904

[글로벌아이] 돼지와 인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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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 장세정


돼지는 중국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가축이다. 소·양·개보다 훨씬 상석에 올려놓고 있다. 집과 가정을 의미하는 가(家) 자에는 사람 인(人)이 아닌 돼지 시(豕) 자가 들어 있다. 12가지 띠 중 돼지 띠가 가장 복이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올해 같은 돼지 해에 자녀를 낳으려고 한다. 『서유기(西遊記)』에서도 돼지를 친근한 저팔계로 형상화했다. 또 고기 육(肉) 자를 돼지고기와 동일시할 만큼 일상생활에서 돼지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 “돼지고기를 며칠 못 먹으면 음식 맛도, 인생의 쾌락도 못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올해 들어 중국인들은 이 돼지 때문에 당국에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돼지고기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기 때문이다.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 재료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고 소비가 금세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가격 폭락으로 양돈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올해 들어 공급은 태부족인데 수요는 그대로니 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었다. 5월 한 달에만 가격이 열네 번 올랐다. 지난해 ㎏당 7.5위안(약 930원) 하던 것이 1년 만에 15.7위안(약 1950원)까지 뛰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돼지고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바구니 물가의 가늠자 같은 구실을 하는 돼지고기 가격이 뛰면서 계란과 국수를 비롯한 다른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까지 덩달아 올랐다. 돼지고기 파동이 인플레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이 때문에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올랐다. 연평균 물가도 정부의 통제 목표선(3%)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5월에 산시(陝西)성의 양돈 농가를, 8월에 베이징(北京)의 농산물시장을 방문하는 등 진화에 분주하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 들어서만 네 번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 우려 경고를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물가는 최근까지도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음식값이 싼 대학 구내식당에 몰려가고, 이에 대학들이 가격을 올려 학생들이 항의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5년마다 개최하는 큰 축제인, 17차 당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물가 불안 때문에 민심 안정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당의 지시를 받는 물가 당국자들의 눈에 돼지는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반체제 요인’으로 비칠 법도 하다.

 이번의 돼지고기 파동은 개혁·개방 30년이 몰고온 중국 사회의 질적 변화의 한 단면도 보여준다.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온 공산당 정권의 압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공산당은 집권 이래 시장을 자본주의와 동일시했다. 계획만이 사회주의인 양 신주 모시듯 받들었다.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은 “시장경제를 도입한다고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로 되진 않는다”며 시장을 다시 주목했다. 92년 1월 남순강화(南巡講話) 때는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고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다”며 개혁을 가속화했다. 그해 10월 중국공산당 14차 당 대회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개혁·개방의 최대 목표로 채택했다. 그 후 시장을 적극 육성해 물질적 풍요를 일궜지만 중국 정부로선 시장이 얼마든지 부작용을 몰고올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새삼 인식했다.

 이번 돼지고기 파동은 다른 물가에도 큰 영향을 주면서 중국의 ‘고성장 저물가 신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식단의 핵심 재료인 돼지고기 값 인상이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경우 수출 물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중국의 돼지 파동이 퍼지고 퍼져 글로벌 인플레 우려로 이어질 수도 있는, 그런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zhang@joongang.co.kr]    

2007.09.04 20:43 입력 / 2007.09.05 05: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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