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명을 위한 물―'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론] 생명을 위한 물―'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명수·한양대 생명과학확 교수·한국陸水 학회장
입력 : 2005.03.21 18:31 20' / 수정 : 2005.03.21 19:07 33'
▲ 한명수 교수
22일로 13번째를 맞는 ‘세계 물의 날’이 이번엔 ‘생명을 위한 물(water for life)’이란 주제를 내걸었다. 한가해 보이는 ‘치산치수’ 캠페인 차원을 넘어서 ‘이 땅에 사람이 살려면 물부터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호소하는 좀더 절박한 구호다.
이제 ‘생명’이란 말을 물의 날 구호에 끌어 들여야 할 정도로 지구촌의 물을 둘러싼 생태계 파괴는 극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4대 강(江)부터 우리 목숨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자원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야말로 물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터득한 선진 수자원 경영인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이 한 푼의 투자도 없이 팔아먹을 수 있던 우리나라 4대 강의 맑은 물도 지금은 부영양화와 녹조 현상으로 황폐화되어 더 이상 팔아먹을 수도 없게 되었다.
예로부터 한 나라의 임금이 치산치수를 잘하면 그 나라는 부국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백성이 재앙을 면치 못할 것라고 했다. 이 말은,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생태계와 환경을 잘 다스리는 게 국가 경영의 근본이라는 말이 아닌가?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한다. 그 만큼 21세기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수자원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물을 우리는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 우리 물 행정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정부는 수도요금에 물이용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여 오염총량 관리제도 정착을 통한 4대 강의 수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물 이용 부담금은 엉뚱하게 마구 새어나가고 있다.
상수원 보호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 위축을 보상한다는 명분의 지원금이 수질개선과는 관계없이 개인적 용도로 마구 새어나간다. 그런가 하면, 아직도 상수원 보호지역 내에서 제한돼야할 음식점, 모텔 등의 영업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수질개선을 위해 투입되어야 할 예산 배정은 아직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2000만 수도권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의 젖줄인 팔당호의 수질개선을 위한 한강기초조사 비용은 올해 약 20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물이용 부담금 중에 한강기초조사에 투입되어야 할 250억원의 연구개발비 중 10% 정도만이 투입되고 있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 아닌가? 이 정도의 연구개발비 투자로는 팔당호를 2005년까지 1급수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공약은 보나마나 실패할 것이 뻔하다.
정부는 한강수계의 수질 개선을 위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강 유역권 내의 서울시와 경기도, 강원도 내의 지자체 간 협의뿐 아니라, 한강수계 관련 정부 및 공사의 물 환경 관련 연구소들의 전폭적인 연구인력 보강과 연구기능 강화도 필요하다.
인간이 자연의 재앙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하여 과학문명에 의존하면 할수록 자연은 우리에게 더욱 가혹한 재앙으로 답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개발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생태계를 파괴해 삶을 황폐화시키는 아이로니에서 벗어나 개발과 환경이 공존하려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물의 날이 그저 행사만 하고 지나가는 날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서 물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