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이인식의 멋진 과학] 인간이 만든 첫 생명체 '신시아' 올해 탄생?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KAIST 겸임교수
기사 100자평(0)
입력 : 2010.01.09 03:16 / 수정 : 2010.01.10 04:27
2010년 세계 과학기술자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릴 키워드의 하나는 '생명'일 것 같다. 하늘에서 생명을 찾고 땅에서 생명을 만드는 일이 한 고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은하는 약 1000억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은 그중 한개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는 태양이 거느린 행성의 하나일 따름이다. 우주에는 우리의 은하와 같은 별 무리가 수십억개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저 광활한 우주 속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고도의 문명사회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마련이다. 특히 1940년대 후반부터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목격한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능을 가진 외계 생명체(ETI)가 비행접시를 타고 지구를 방문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시나브로 떠돌았다.
외계인을 과학적으로 탐사하는 이른바 SETI(Search for ETI)를 역사상 최초로 시도한 인물은 미국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이다. 1960년 29살의 드레이크 박사는 우주 공간에서 가장 보편적인 전파의 주파수로 알려진 1420㎒(메가헤르츠)를 사용해 태양과 비슷한 두개의 별을 관측했다.
태양처럼 행성을 갖고 있다면 지구 같은 문명세계를 가진 행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레이크는 동화에 나오는 공주 이름을 따서 오즈마(Ozma) 계획이라고 명명했다.
2010년 4월이면 오즈마 계획 50주년이 된다. SETI의 어려움은 우주라는 건초 오두막에서 바늘 한개 찾는 일에 비유된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아직도 거대한 전파 망원경 앞에 앉아서 외계인의 전갈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정녕 우주에는 우리 말고는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없는 것일까.
2010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과학자로는 단연 크레이그 벤터(64)가 손꼽힌다. 자타가 공인하는 생명공학 분야의 거물이다. 그는 최초로 생명체(박테리아)의 유전자 전체(게놈)를 풀어냈고, 개인 기업을 운영하며 정부 지원을 받는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유전자 지도 작성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그가 세 번째로 도전한 목표가 종전처럼 게놈을 분석하는 작업이 아니라 게놈을 합성하는 일이라서 그의 행보는 지대한 관심사가 되었다. 벤터처럼 생명체를 합성하려는 연구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 불린다.
합성생물학은 반도체 기술을 생명공학에 융합한 분야이다. 반도체 소자처럼 상호 교환이 가능한 표준화된 생물학적 부품을 만들어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생물체를 창조하려는 분야이다. 한마디로 합성생물학은 새로운 생물학적 부품, 장치,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연구이다.
그 결과물은 생명 제2판(life version 2.0)이라 불린다. 조물주에 의해 탄생한 생명은 생명 제1판이 되는 셈이다. 생명 제2판으로 여겨지는 최초의 인공 생명체가 나타나면 인류가 조물주처럼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8년 1월 벤터는 2년 뒤 실험실에서 합성한 게놈을 가진 살아 있는 박테리아 세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초의 인공 생명체는 신시아(Synthia)라 불린다. 2010년 그가 약속한 대로 신시아가 출현할지 온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 될 테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