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양 조절 식물유전자 첫 발견
포항공대 연구팀…음지서도 수확량 높인다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5.02.11 08:15 54' / 수정 : 2005.02.11 08:35 07'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빛의 양이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식물 유전자와 유전자 작용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을 강화시켜 빛의 양이 적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포항공대 남홍길(南洪吉·48·생명과학) 교수와 박사과정의 유종상(柳宗相·33)씨는 10일 “배추·유채와 같은 종류의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에서 빛 수용단백질인 피토크롬(Phytochrome)의 인산화(燐酸化) 상태를 변화시켜 세포가 이용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PAPP5’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1952년 처음 발견된 피토크롬은 식물에서 동물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빛을 흡수해 광합성이나 성장관련 유전자에 전달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흡수한 빛의 양을 조절해 세포가 최적의 상태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원리는 지금까지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PAPP5는 눈동자의 홍채나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을 때 빛이 너무 강하면 조리개를 조금만 열어 적당한 양의 빛만이 들어오도록 조절하고, 반대로 흐린 날에는 조리개를 활짝 열어 가능한 한 많은 양의 빛을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식물에서는 “빛이 강할 때는 PAPP5가 피토크롬에 인산을 붙여 빛을 전달받는 중간 매개자들과 결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세포가 이용하는 빛의 양을 줄이고, 피토크롬이 흡수한 빛이 적을 때는 인산을 떼어내 빛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최양도 교수(농생명공학부)는 “이번 연구는 농작물을 키울 때 이 메커니즘을 유전공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일조량(日照量)이 작은 지역에서도 고품질의 높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제2 녹색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연구팀이 PAPP5를 더 많이 투여해 기능을 강화시킨 애기장대는 빛 신호에 대한 민감성이 20~30% 증가했고, 같은 양의 빛에서도 일반 개체보다 성장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남 교수팀과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독일 프라이부르크대의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됐으며 생명과학 최고 권위지인 ‘셀’지(誌) 11일자에 연구논문이 게재됐다.
http://www.chosun.com/economy/news/200502/2005021100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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