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흐름
입력: 2008년 10월 15일 18:08:41
지난 10일은 유럽이 선포한 세계사형제도 폐지의 날이다. 프랑스가 2008년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바, 사형제도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EU 27개 회원국의 입장을 피력하고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리고자 한다.
사형제도 폐지 운동은 EU의 우선 정책 과제 중의 하나다. 사형제도 폐지는 인간 존엄성 강화와 인권의 점진적인 발전에 기여한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EU는 다른 모든 국가들도 함께 사형제도를 폐지하도록 설득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여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국제법적 수단을 채택하지 않은 미가입국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EU 이사회는 지난 6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이를 채택했다.
현재 사형제도의 범세계적 폐지 기조가 형성되고 있다. 유럽평의회 47개 회원국들은 이미 사형제도를 폐지했거나 사형집행 유예를 선언했다. EU 기본권 헌장 제2조에서도 사형 선고나 사형 집행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으며 EU의 27개 회원국 모두 이와 같은 준칙을 엄격히 존중하며 실행하고 있다.
프랑스와 유럽 국가들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유엔인권위원회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이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거나 최소한 사형집행 유예를 선언하도록 촉구하는 결의 채택을 공동 발의했다. 특히 2005년에는 유엔 81개 가입국의 공동 발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아울러 2007년 12월 프랑스와 유럽 국가들은 유엔총회를 통해 사형집행 유예에 관한 결의를 제출하여 통과시켰다. 87개국의 발의로 이루어진 상기 결의는 104개국이 찬성했다. 이는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할 만한 일이다.
사형제도 폐지는 한 사회가 결코 쉽게 내디딜 수 있는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다. 그러나 유럽의 사형제도 폐지국들은 이 제도가 민주주의 사회 내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프랑스가 81년 사형제도를 폐지할 당시, 대다수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결국 이는 정치적인 용단이 필요한 문제다. 이어 프랑스는 86년 평시 상황에서의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유럽 인권협약 제6 부속의정서를 비준했고, 2007년 전시 중에 이루어진 행위를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의 사형제도 폐지와 관련된 동 협약의 제13 의정서를 비준했다. 같은 해 프랑스는 헌법 제66조에 ‘어느 누구도 사형선고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EU는 대한민국이 1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음을 환영한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사형집행 유예국인 한국이 이제는 법적으로 사형집행유예국임을 선언하고 나아가 사형제도 폐지국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을 환영한다. 향후 유엔총회에서 다시금 사형제도 폐지 문제가 거론될 때 한국 정부 당국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을 기대해 본다.
<필리프 티에보 | 주한 프랑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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