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탐조(探鳥)취미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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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헌창공에 날아다니는 새를 보러 다니는 취미를 가진 사람을 탐조가(探鳥家)라고 한다. 영국 사람들은 탐조취미를 버드 워칭(bird watching)이라고 부른다. '버드 워칭'은 영국에서도 귀족취미에 속한다. 왜 버드 워칭이 귀족취미인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선 시간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먹고산다고 정신이 없는데, 한가하게 새를 보러 다니려면 보통 시간 가지고는 안 된다. 귀족은 시간이 많은 사람이다. 돈이 많다고 시간도 덩달아 많은 것은 아니다. 삶의 우선순위가 정리되어 있지 않고, 할 일이 많으면 항상 바쁘다가 인생 끝난다.
새를 관찰하려면 숲과 호수, 뻘밭이 보존된 자연으로 가야 한다. 새는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탐조가는 항상 자연 속에 파묻힐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친숙해지고, 친숙해지다 보면 자연을 즐기는 법을 배운다. 하늘의 색깔, 구름의 모양, 나무의 종류가 무엇인지, 철마다 피는 야생 꽃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바위의 색깔과 모양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자연을 즐기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아도 좋다. 이렇게 되면 혼자 있어도 즐겁다. 자연과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는 자유, 비상, 생명을 상징한다. 수면 위를 날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 부리로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을 지켜보면 삶의 의욕이 생긴다.
탐조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비도 갖추어야 한다. 우선 쌍안경이다. 싸구려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던 필자는 일본인 탐조가들이 휴대한 스와로브스키 고급 쌍안경을 보고 기가 팍 죽었던 경험이 있다. 필드 스코프도 필요하다. 정지된 상태에서 오랫동안 새를 보는 데 필요한 망원경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새의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하다. 500종류 이상의 새 사진을 가지고 있으면 전문가급에 들어간다.
새의 특징과 모양을 묘사해 놓은 도감(圖鑑)도 갖추어야 한다. 국내에는 LG상록재단에서 펴낸 '한국의 새'가 있고, 영국에서 나온 도감으로는 '버드 가이드(Bird Guide)'가 유명하다. 얼마 전에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방한 기념으로 희귀조인 따오기를 가져왔다. 창녕의 우포늪에서 따오기를 빨리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입력 : 2008.09.01 22:10 / 수정 : 2008.09.01 22:58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