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쥐 사회엔 싸움 없어요” [중앙일보]
“욕심 없고 깔끔” “쥐는 다산(多産)과 다복(多福)의 상징입니다.”
2008년은 무자년(戊子年)으로 쥐띠 해다. 쥐는 12간지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예부터 조상들은 쥐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산과 다복의 상징물로 인식해 왔다. 태어나 몇 시간만 지나면 교미를 할 수 있는 왕성한 번식력과 곡식을 저축해 놓은 근면성에서 비롯됐다. 쥐와 생활하는 실험실과 동물원의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쥐를 예찬한다. 쥐를 흉물스럽고 더러운 동물로만 여기는 인간들의 편견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동물원 김양범 과장은 “쥐가 지저분하다고 오해를 많이 받는데, 새끼들을 일일이 깨끗한 곳으로 수시로 옮겨줄 만큼 깔끔하고 모성애가 강하다”며 “쥐는 땅 속에 식량창고와 화장실을 따로 만들 정도로 위생관념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역술인들은 쥐띠 해를 풍요와 희망이 깃드는 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먹을 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 본다. 김영중 운암 사주컨설턴트 대표는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쥐처럼 예민하고 부지런해서 돈을 잘 모은다”며 “다산의 상징인 쥐처럼 자식도 많이 낳는다”고 말했다.
쥐는 인간 건강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실험용 쥐는 각종 의학테스트에 활용되고 있다. 의약품 개발과 질병 치료를 위해 실시한 동물 임상실험에 쥐는 필수 요소인 것이다.
이에 따라 실험용 쥐의 시장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2000년 70만 마리이던 국내 실험용 쥐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는 350만 마리로 급증했다. 한 해 200만 마리의 실험용 쥐를 길러내는 국내 회사도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실험용 쥐의 종류도 다양하다. 손가락 세 마디 정도 크기의 생쥐(mouse)부터 어른 손바닥만 한 랫(rat)까지 15가지나 된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개체 수가 많은 랫은 값이 1만원 수준이지만 알츠하이머 유전자를 갖도록 조작한 쥐는 60만원에 달한다. 2006년엔 유전자 조작을 한 맞춤형 쥐 한 마리가 다국적 제약회사에 6400만원에 판매된 적도 있다.
쥐는 먹이가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정량을 넘기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실험용 쥐 생산업체인 오리엔탈바이오 관계자는 “쥐는 욕심을 자제할 줄 아는 습성 때문에 먹이를 놓고 조직 내부에 분란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