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사랑] 금송아지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남의 집 금송아지가 우리 집 송아지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는데, 실제 금송아지는 있었을까? 동진(東晋)의 상거(常)가 4세기 무렵 편찬한 중국 서남부 운남(雲南)·귀주(貴州)·사천(四川) 지역의 역사풍속지리지인 '화양국지(華陽國志)'에 금우(金牛) 이야기가 나온다. 진(秦)의 혜왕(惠王)이 사천 지역인 촉(蜀)을 정벌하려 했으나 길을 몰랐다. 그는 석우(石牛)를 만들고 그 뒤에 금을 놓아두고 "소가 금 똥을 누었다"고 소문냈다. 촉(蜀)의 임금이 역사(力士)를 보내 소를 끌고 오게 하자 장의(張儀) 등이 가서 정벌했다는 이야기다. 소의 뱃속에는 무기가 있었다 하니 트로이 목마 비슷한 이야기다. '당서(唐書)' 진자앙(陳子)열전에는 이때 금우뿐만 아니라 미녀를 가지고 촉 임금을 꾀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 금우(金牛) 이야기도 있다. '후한서(後漢書)' 교주(交州) 구진군(九郡)조에는 "산에서 금소가 출토되었는데 밤중에 가서 보니 10리까지 빛이 났다"는 주석이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양주(梁州) 금우현(金牛縣)을 비롯해 금우란 지명이 많다. 우리나라는 임란 때 의병장 조경남(趙慶男)의 '난중잡록(亂中雜錄)'에 전라도 임실 부근의 축천정(丑川亭) 근처에 금우정(金牛亭)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축천정이 남원에 있었다고 전하는데, 조선 초 서거정(徐居正)도 남원 축천정시(丑川亭詩)를 쓴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남원 동북쪽에 마을을 만들 때 개울물을 진정시키기 위해 철우(鐵牛)를 세워서 축천(丑川:쇠내)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계산기정'이란 조선 후기의 중국 기행문에는 북경 서산(西山) 뒤의 호수 남쪽에 가시나무 숲으로 둘러놓은 철우(鐵牛)가 있는데, "이 소가 호수로 뛰어들면 태평한 운수가 끝난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한다. 제갈량이 촉(蜀) 지역에 식량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목우(木牛) 이야기도 있다. 고려 후기 문인 이규보(李奎報)의 '소를 때리지 말라(莫笞牛行)'는 시가 있다. "소를 때리지 말라 소는 가련하다… 하루아침에 소가 죽으면 너는 어찌하겠느냐(莫笞牛牛可憐/一朝牛死爾何資)"란 내용이다. 소의 해에 생각난 소 이야기들이다.
입력 : 2009.02.06 21:57 / 수정 : 2009.02.06 23:00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