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ssue] "흙이 藥이네"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기사100자평(2)입력 : 2011.06.06 22:17
흙 먹는 풍습 연구 결과 "허기·영양분 보충이 아닌 외부 병원체 막기 위한 것"
아이들은 흙장난을 하다가 종종 흙을 먹는다. 부모로선 기겁할 일이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흙도 먹고 해야 건강하다"고 말한다. 어르신들의 지혜는 틀리지 않다. 흙을 먹는 것이 자연에서 오는 독소(毒素)나 기생충, 병원균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흙을 먹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흔한 일이다. 2000년 전 히포크라테스도 흙을 먹는 일을 기록했을 정도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인류학자와 의사, 탐험가 등이 흙 먹는 풍습을 기록한 480편의 글을 분석해 '계간 생물학 리뷰(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지 6월호에 발표했다.
▲ 아이들은 종종 흙을 먹어 부모들을 기겁하게 하지만, 흙을 먹는 것이 자연에서 오는 독소나 기생충, 병원균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경렬 기자흙을 먹는 일은 지금까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설명됐다.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란 주장과 흙 속에 있는 철분이나 아연·칼슘 같은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흙을 먹으면 몸속에 있는 기생충이나 병원균, 독소를 막아준다는 이론이 있다. 이 중에서 배고파서 흙을 먹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코넬대 세라 영(Young) 박사팀이 분석한 결과 음식물이 풍부할 때도 흙 먹는 풍습이 일반적이었다. 게다가 먹는 흙의 양도 아주 적었다. 허기를 달랠 만큼은 아니란 말이다. 영양분 보충설도 맞지 않았다. 사람들은 철이나 아연·칼슘이 적게 들어 있는 진흙을 먹었다.
결국 외부 병원체를 막기 위해서란 설명만 설득력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흙을 먹는 사람은 기생충이나 병원균에 약한 임신 초기 여성이나 어린이였다. 게다가 식품을 통해 병원균에 감염되기 쉬운 열대우림지역에서 흙 먹는 게 흔했다. 먹는 것도 기생충이나 병원균에 감염되기 어려운 땅속 깊은 곳의 진흙이었고 대부분 한 번 끓여 먹었다. 흙을 먹어 병이 나는 게 아니라 병을 치료하기 위해 흙을 먹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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