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지고 투박합니다. 패션 거장입니다. 미치면 보여요.
곳곳에 칼자국 입니다. 초밥 명인입니다. 상상력이 힘이죠.
휘고 울퉁불퉁합니다. 코트의 사령관입니다. 땀이 삶이에요.
성한 손가락이 두 개입니다. 산 호랑이입니다. 도전은 짜릿하죠.
희고 곱습니다. 미의 전령입니다. 자신을 가꾸세요.
부드럽고 섬세합니다. 생명지킴이 입니다. 물러서지 맙시다
광고 속의 한가인·이영애·장진영 … 어쩐지 손가락이 닮았더라
손 모델 최현숙
그동안 다들 ‘속고 살았다’. 화장대 앞에서 얼굴을 단아하게 쓰다듬는 한가인의 그 손도, 토마토를 먹음직스럽게 쥐고 있는 이영애의 그 손도, 우아하게 커피 잔을 들어올리는 장진영의 그 손도 사실은 진짜 그들의 손이 아니었단다. 미모의 배우들이라고 다들 손마저 ‘섬섬옥수(纖纖玉手)’는 아닌가 보다. 15초, 30초의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광고 촬영 현장에는 주연 모델의 ‘손 대역’을 할 손 모델이 항상 대기한다. 최현숙(28)씨는 그동안 한국통신, 삼성 애니콜, 뉴트로지나, SKII 화장품 등의 광고에서 알 만한 여배우들의 손을 대신 연기한 베테랑 손 전문모델이다.
“보는 사람들은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광고에는 손 클로즈업 장면이 나와요. 아이스크림을 떠먹는다든지 화장품을 얼굴에 바른다든지, 제품을 직접 드러내는 장면에 손이 노출되기 때문에 손 모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죠.”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연예인의 ‘CD만한 얼굴’에 감탄하듯, 최씨의 손 역시 놀라우리만큼 ‘희고, 가늘고, 길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 비해 손가락이 유난히 길었는데,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예쁜 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우연이 그를 손 모델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 CF 감독이 그가 근무하던 광고기획사를 드나들다가 손을 눈여겨 본 것. ‘손 모델 한번 해보라’는 그의 제안을 듣고 몇 편의 광고에 출연한 것이 모델 일의 시작이었다.
연예인의 광고 출연료와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손 모델의 출연료도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상당한 편이다. ‘톱 A급’인 최씨의 경우 TV 광고 한 편에 보통 150만~200만원 정도, 지면 광고의 경우에는 컷 수에 따라 70만~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개인차가 있지만 성수기에는 한 달에 10~11건, 비수기에도 보통 5~6건의 광고를 촬영한다.
어려움도 많다. 지면광고 촬영은 보통 4시간 이상, TV 광고 촬영은 12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가 출연했던 N 핸드크림의 경우, 손이 메인이 되는 광고인 만큼 무려 4차례의 오디션을 거쳐야 했다.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과할 때 필요한 건 겉보기에 ‘예쁜 손’만이 아니다. 모델의 세밀한 표현력과 오랜 시간 똑같은 포즈를 취할 수 있는 집중력도 중요하다. “데뷔하고 처음 찍은 광고가 냉장고였는데, 딸기 집어 먹는 간단한 장면에서 손이 얼마나 떨리던지, ‘어린 나이에 벌써 수전증이냐’라며 혼도 많이 났었어요.” 지금도 촬영 전에는 반드시 콘티를 먼저 받아 어떤 컨셉트의 광고인지, 손이 어떤 모습으로 화면에 담길지를 연구하고 현장에 간다. “손으로 하는 연기도 다른 연기와 같아요. ‘애인의 머리를 쓰다듬듯 부드럽게’라든가, ‘손에 슬픈 표정을 담으라’ 같은 애매모호한 지시를 받을 때가 많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 표현하는가가 손 모델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손이 ‘재산목록 1호’인 만큼 손 관리에 들이는 정성도 만만치 않다. 피부보호를 위해 매번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선 블록도 잊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스크럽제를 사용해 손의 각질을 없애는 것은 물론 손 전체를 감싸는 팩도 필수다. 2년 차 주부지만 집안일을 할 때도 손 보호에 신경을 쓴다. “설거지를 할 땐 꼭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죠. 시어머니도 ‘손이 재산인데’ 하시며 설거지도 안 시키세요.”
호리호리한 최씨의 몸매는 ‘탤런트 급’이다. “촬영 현장에 가면 메인 모델이 입었던 옷을 손 모델이 그대로 입고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 몸 관리에 꾸준히 신경을 쓰죠.”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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