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명 충실하니 성장은 절로”
■ ‘15년 만에 200배 성장’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80명의 신도가 15년 새 출석교인 1만6000여 명으로 늘어난 교회. 신도 중 1만 명 이상이 미혼 청년들로 교인 평균 연령이 26.9세인 교회. 교역자 12명, 장로는 7명에 불과한 교회. 담임목사와 청년들이 친구처럼 어울리는 교회. 자전거 마니아인 담임목사를 좇아 2000명의 교인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교회. 영성에 못잖게 야성을 강조하는 남성 중심의 교회. 일반적인 한국 개신교회와는 크게 다른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의 모습이다.》
1954년 2월 말 문을 연 삼일교회는 ‘젊은 교회’ ‘애국하는 교회’를 지향해 왔다. 헌금의 절반 이상을 선교와 구제비용으로 사용하느라 대형 교회에 걸맞은 본당을 짓지 않았다. 숙명여대 강당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인근 3개 건물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3년 12월 25일 갓 30세에 이 교회 3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전병욱(45) 목사의 리더십 덕분이다.
교회 성장의 비결과 담임목사의 비전을 듣기 위해 최근 청파동에 있는 이 교회 베다니관에서 전 목사를 만났다. 반은 벗어진 머리, 청바지와 남방 차림에 슬리퍼를 착용한 모습이 소탈하다 못해 촌스러울 정도다. ‘거룩’ ‘근엄’과는 거리가 멀고, 매사 솔직담백하다.
―주변 여건도 좋지 않은데 부임 15년 만에 교인 수가 200배나 늘어난 비결은….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삼일교회는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았고 저 또한 성장주의자가 아닙니다. 성장을 위한 이벤트도 별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교회의 시대적 사명에 충실하면서 교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였고,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대한민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교회가 된 이유가 뭘까요.
“물이 좋아서 그럴 겁니다.(웃음) 공부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신앙도 괜찮은 젊은이들이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가족처럼 지내니까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신도는 5%에 불과하지만, 나이 많은 장로님이나 권사님들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생각이 깨어 있으십니다.”
이 ‘특이한 목회자’에 대한 개인적 질문도 빠뜨릴 수 없었다.
―명문대 경영학과 졸업생이 왜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나요.
“졸업 후 왠지 목회를 하면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주저 없이 방향을 바꿨지요. 3대째 기독교 집안인 데다 할아버지께서 순교를 하신 내력도 영향을 주었겠지요.”
―하루 일과는….
“오전 2시 40분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20분 만에 교회로 옵니다. 오전 3시부터 5시까지 설교 준비를 하고, 두 차례에 걸쳐 새벽기도를 인도한 뒤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책을 읽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집필을 하고 오후 6시에 귀가해 오후 10시경 자리에 듭니다. 그동안 39종의 책을 냈고, 130만 권가량이 나갔습니다.”
―자전거로 젊은이 못잖은 체력을 유지하신다는데….
“5대의 자전거를 갖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한강 자전거 길을 이용해 한양대 살곶이다리까지 왕복 26km를 달립니다. 휴일인 월요일에는 강화도까지 전 속력으로 다녀옵니다. 보통 20, 30여 명의 젊은이들과 어울려서 탑니다.”
―한국 교회의 대표적 설교자 중 한 분으로 꼽히는 비결은….
“주일에 세 가지 설교를 8번 하고, 평일 2번의 새벽 기도와 2번의 수요 예배 설교,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까지 철야기도회, 토요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의 리더 모임과 각종 외부 집회 강연 등을 합쳐 월 100회가량 설교를 합니다. 타고난 설교자가 아니라 노력형에 가깝습니다.”
이번에는 질문을 한국 교회와 선교에 대한 방향으로 틀었다.
―‘무례한 기독교인’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상식과 예의에 맞는 선교를 해야 합니다. 상대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귀하게 대해줘야 그쪽도 나를 존중해 줄 것이 아닙니까. 기독교는 회개와 갱신의 종교이므로 사회의 비판에 겸허해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반성해야 할 점은….
“남 얘기해서 무엇 합니까. 저부터 잘해야지요. 저는 가식을 싫어합니다. 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에서 이영애 씨가 전도사님을 향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한 독백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그는 “목회는 윈드서핑 같은 것입니다. 저는 파도를 즐기는 사람이지,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자신에 대한 주목을 경계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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