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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 해결하려면 TV부터 꺼라” 일본 과학의 힘, 노벨상 수상자 연쇄 인터뷰<2> 시모무라 오사무 해파리를 너무도 사랑한 과학자? 그는 19년간 총 85만 마리의 해파리를 잡았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 오사무 전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얘기다. 해파리에서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추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엄청난 양의 해파리를 잡다 '해파리 회를 먹는 일본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중앙SUNDAY가 '일본 과학의 힘, 노벨상 수상자 연쇄 인터뷰' 제2탄으로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중앙SUNDAY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1·사진).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그는 ‘해파리 박사’다. 해파리가 움직일 때 녹색 빛을 내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19년 동안 해마다 여름만 되면 미국 서부 해안을 찾아 하루 종일 해파리를 잡았다. 연구에 쓸 해파리를 잡다가 바다에 빠진 적도 몇 번이나 됐다. 그가 이제까지 잡은 해파리 수만 85만 마리.
그런 집념과 노력 끝에 그는 자외선을 비추면 빛을 흡수해 녹색으로 빛을 내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을 해파리에서 발견했다. 이른바 ‘빛나는 표지(標識)’로 불리는 GFP를 따라 단백질의 움직임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정 세포가 어떻게 움직이고 성장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 연구 결과는 생물학이나 의학·약학 등 생명과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그는 ‘영원한 과학자’다. 32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지식의 거의 대부분을 독학으로 얻었다”고 한다. 연구에 몰두하면 며칠간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낸 적도 많았다.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우즈홀 해양생물연구소 연구원을 지내고 2001년 퇴직한 후에도 집에 연구실을 차려 놓고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 보스턴 자택 뒷산에 서식하는 발광 버섯을 채취하고 생물의 발광 메커니즘을 연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시모무라 박사의 부인은 언제부턴가 그의 조수가 됐다.
중앙SUNDAY 창간 2주년 기념사업으로 e-메일을 통해 시모무라 박사를 인터뷰했다.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 하는 인터뷰다. 그는 “한국이 (과학 부문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잊지 않았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요지.
시모무라 교수(오른쪽)가 지난해 12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있었던 노벨상 수상자 리셉션 때 부인 아케미 여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벨 재단 제공
-본인의 업적 중 어떤 점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보나.
“내가 발견한 GFP가 인류에 대단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 것 아니겠는가(암의 경우 GFP를 통해 암 세포의 전이 및 증식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은 뇌 신경세포가 어떻게 파괴돼 가는지, 당뇨병은 췌장의 세포가 어떻게 혈당치를 낮추는 성분(인슐린)을 생성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GFP의 화학구조가 결정된 1979년 시점에서 내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돼 깜짝 놀랐다. 의학생리학상을 받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했었지만 화학상을 받을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수년 사이 한국에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해결할 비책이 없을까.
“먼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걸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흥미 위주의 TV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자연계의 동물, 식물 혹은 자연현상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다.”
-과학계에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는 기피 대상이 되곤 한다. 기초과학을 진흥할 방안을 찾는다면.
“기초연구 없이 응용연구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기초지식의 진보 없이는 응용 면에서의 획기적 발전은 바랄 수 없다. 기초과학 부문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보다 더 많이 나오기를 갈망할 뿐이다. 단기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에 너무 치우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는 각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내고 있는 반면 한국에선 아직 수상자가 없다. 뭐가 차이 나는 것이고, 어떤 자세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한국의 진보는 눈부실 정도다. 나는 지금 추세대로 가면 일본을 추월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계속 노력하는 일만이 남았다. 연구에 임하는 자세로는 무엇보다 아마추어 정신과 고정관념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기초적 지식은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뚜렷이 갖고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의 과학 수준은 뒤처져 있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서방 국가들의 연구 수준과 일본의 과학 수준은 일반적으로 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일본의 지방대학 출신자라도 노벨상을 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이것이 일본의 기초연구가 일정 수준에 올라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본다. 도쿄(東京)대나 교토(京都)대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다 알겠지만 나는 지방의 조그만 대학 출신이다(그는 규슈의 나가사키시에 있는 나가사키대 약학부 출신이다). ‘좋은 학교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연구를 하지 못했
다’는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다.”
-학창 시절에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면.
“전쟁 중,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은 빈곤의 시대였다. 내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16세 때 나가사키시 북동쪽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내 인생관을 바꿔 놓았다(그는 당시 나가사키시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군수공장에 동원돼 전쟁물자를 만드는 일에 투입됐다). 매일같이 사람들의 시체가 나가사키 시내에서 운반돼 오는 걸 보면서 처절함을 느꼈다(나가사키 시내의 군수공장에 동원됐던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그의 주변 인사들은 “시모무라의 집요한 과학 연구에는 ‘어긋난 과학’에 대한 반골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연구에 그토록 몰두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흥미를 갖고 그걸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바로 나의 모티베이션(동기부여)이다. 꾸준히 연구해 어떤 현상을 규명해 냈을 때, 그리고 깨달았을 때의 기쁜 마음이 연구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연구를 할 때는 ‘선생님에게, 교수님에게 배웠기 때문에…’라는 것으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최고의 즐거움은 뭔가.
“마찬가지다. 미처 몰랐던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즉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다.”
-자신이 예상한 대로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의 기분은 어떻게 다른가.
“예상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면 일단 재미가 없다. 시시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 대단히 흥미에 끌리게 된다.”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문화계(‘문과’라는 개념인 듯)라든지 ‘과학계’라든지 하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의 천성일 것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32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활동을 했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발광 연구를 위해 해파리 잡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총 19차례, 여름이 되면 미국 서해안을 다니면서 해파리를 잡았다. 그중 13번은 가족 전원(부인과 두 자녀)이 동원됐다. 편도 5000㎞의 여정을 (자동차)운전을 하면서 갔다. 가족 전원이 그물로 해파리를 잡으며 육체노동을 했다. 그래도 즐겁기만 했다. 1년치 연구의 에너지가 됐다(한 차례의 연구에 필요한 형광단백질은 100~200㎎인데, 이를 위해 그가 세운 목표는 한 해 여름에 약 5만 마리씩 잡는 것이었다. 그는 약 30개의 양동이를 5m 간격으로 놔두고 조류의 흐름을 타고 모여드는 해파리를 그물로 건져 올렸다. 아침 식사 전, 저녁 식사 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이렇게 하루에 세 번 작업했다. 해파리가 잘 안 잡히면 바다로도 나갔다. 한번은 해파리 채취를 지켜보던 한 할머니에게서 “당신은 그걸 어떻게 요리해 먹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가 “요리 같은 거 안 합니다”라고 답하자 할머니는 “그럼 그걸 ‘생’으로 먹는다고요?”라며 얼굴을 찌푸리곤 자리를 떴다고 한다).”
-과학자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 그리고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젊은 과학도, 더 나아가 한국의 모든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교훈이 있다면.
“노력, 노력,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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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2009.03.15 04:19 입력 / 2009.03.15 04: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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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 해결하려면 TV부터 꺼라” 해파리를 너무도 사랑한 과학자? 그는 19년간 총 85만 마리의 해파리를 잡았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 오사무 전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얘기다. 해파리에서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추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엄청난 양의 해파리를 잡다 '해파리 회를 먹는 일본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중앙SUNDAY가 '일본 과학의 힘, 노벨상 수상자 연쇄 인터뷰' 제2탄으로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중앙SUNDAY 보도내용. <br><br><center><!--img_tag_s--><img name=photo src='http://news.joins.com/component/htmlphoto_mmdata/200903/htm_2009031504213930003600-001.JPG' ><!--img_tag_e--></center><br><br>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1·사진).<br>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그는 ‘해파리 박사’다. 해파리가 움직일 때 녹색 빛을 내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19년 동안 해마다 여름만 되면 미국 서부 해안을 찾아 하루 종일 해파리를 잡았다. 연구에 쓸 해파리를 잡다가 바다에 빠진 적도 몇 번이나 됐다. 그가 이제까지 잡은 해파리 수만 85만 마리. <br><br>그런 집념과 노력 끝에 그는 자외선을 비추면 빛을 흡수해 녹색으로 빛을 내는 녹색 형광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을 해파리에서 발견했다. 이른바 ‘빛나는 표지(標識)’로 불리는 GFP를 따라 단백질의 움직임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정 세포가 어떻게 움직이고 성장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 연구 결과는 생물학이나 의학·약학 등 생명과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br><br>그는 ‘영원한 과학자’다. 32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지식의 거의 대부분을 독학으로 얻었다”고 한다. 연구에 몰두하면 며칠간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낸 적도 많았다.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우즈홀 해양생물연구소 연구원을 지내고 2001년 퇴직한 후에도 집에 연구실을 차려 놓고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 보스턴 자택 뒷산에 서식하는 발광 버섯을 채취하고 생물의 발광 메커니즘을 연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시모무라 박사의 부인은 언제부턴가 그의 조수가 됐다.<br><br>중앙SUNDAY 창간 2주년 기념사업으로 e-메일을 통해 시모무라 박사를 인터뷰했다.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 하는 인터뷰다. 그는 “한국이 (과학 부문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잊지 않았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요지.<br><br><!--img_tag_s--><table width='54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 align='center'><tr><td width='15'></td><td><img name=photo src='http://news.joins.com/component/htmlphoto_mmdata/200903/htm_2009031504213930003600-002.JPG' width='540' border='0' class='blb'></td></tr><tr><td width='15'></td><td class='pt_8 rgray01' style='padding:7 0 12 0px; width:540px; line-height:15px;'>시모무라 교수(오른쪽)가 지난해 12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있었던 노벨상 수상자 리셉션 때 부인 아케미 여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벨 재단 제공</td></tr><tr><td colspan='2' height='15'></td></tr><tr><td colspan=2><!--replace1--><!--replace2--></td></tr></table><!--img_tag_e-->-본인의 업적 중 어떤 점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보나.<br>“내가 발견한 GFP가 인류에 대단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 것 아니겠는가(암의 경우 GFP를 통해 암 세포의 전이 및 증식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은 뇌 신경세포가 어떻게 파괴돼 가는지, 당뇨병은 췌장의 세포가 어떻게 혈당치를 낮추는 성분(인슐린)을 생성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GFP의 화학구조가 결정된 1979년 시점에서 내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돼 깜짝 놀랐다. 의학생리학상을 받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했었지만 화학상을 받을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br><br>-최근 수년 사이 한국에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해결할 비책이 없을까.<br>“먼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걸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흥미 위주의 TV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자연계의 동물, 식물 혹은 자연현상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다.”<br><br>-과학계에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는 기피 대상이 되곤 한다. 기초과학을 진흥할 방안을 찾는다면.<br>“기초연구 없이 응용연구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기초지식의 진보 없이는 응용 면에서의 획기적 발전은 바랄 수 없다. 기초과학 부문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보다 더 많이 나오기를 갈망할 뿐이다. 단기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에 너무 치우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는 각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br><br>-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내고 있는 반면 한국에선 아직 수상자가 없다. 뭐가 차이 나는 것이고, 어떤 자세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br>“한국의 진보는 눈부실 정도다. 나는 지금 추세대로 가면 일본을 추월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계속 노력하는 일만이 남았다. 연구에 임하는 자세로는 무엇보다 아마추어 정신과 고정관념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기초적 지식은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뚜렷이 갖고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br><br>-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의 과학 수준은 뒤처져 있다고 보나.<br>“그렇지 않다. 서방 국가들의 연구 수준과 일본의 과학 수준은 일반적으로 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일본의 지방대학 출신자라도 노벨상을 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이것이 일본의 기초연구가 일정 수준에 올라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본다. 도쿄(東京)대나 교토(京都)대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다 알겠지만 나는 지방의 조그만 대학 출신이다(그는 규슈의 나가사키시에 있는 나가사키대 약학부 출신이다). ‘좋은 학교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연구를 하지 못했<br>다’는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다.”<br><br>-학창 시절에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면.<br>“전쟁 중,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은 빈곤의 시대였다. 내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16세 때 나가사키시 북동쪽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내 인생관을 바꿔 놓았다(그는 당시 나가사키시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군수공장에 동원돼 전쟁물자를 만드는 일에 투입됐다). 매일같이 사람들의 시체가 나가사키 시내에서 운반돼 오는 걸 보면서 처절함을 느꼈다(나가사키 시내의 군수공장에 동원됐던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그의 주변 인사들은 “시모무라의 집요한 과학 연구에는 ‘어긋난 과학’에 대한 반골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br><br>-연구에 그토록 몰두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br>“흥미를 갖고 그걸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바로 나의 모티베이션(동기부여)이다. 꾸준히 연구해 어떤 현상을 규명해 냈을 때, 그리고 깨달았을 때의 기쁜 마음이 연구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연구를 할 때는 ‘선생님에게, 교수님에게 배웠기 때문에…’라는 것으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br><br>-인생을 살면서 최고의 즐거움은 뭔가.<br> “마찬가지다. 미처 몰랐던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즉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다.”<br><br>-자신이 예상한 대로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의 기분은 어떻게 다른가.<br> “예상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면 일단 재미가 없다. 시시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 대단히 흥미에 끌리게 된다.”<br><br>-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br> “문화계(‘문과’라는 개념인 듯)라든지 ‘과학계’라든지 하는 것은 태어났을 때부터의 천성일 것이다.”<br><br>-비교적 젊은 나이인 32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활동을 했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발광 연구를 위해 해파리 잡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br>“총 19차례, 여름이 되면 미국 서해안을 다니면서 해파리를 잡았다. 그중 13번은 가족 전원(부인과 두 자녀)이 동원됐다. 편도 5000㎞의 여정을 (자동차)운전을 하면서 갔다. 가족 전원이 그물로 해파리를 잡으며 육체노동을 했다. 그래도 즐겁기만 했다. 1년치 연구의 에너지가 됐다(한 차례의 연구에 필요한 형광단백질은 100~200㎎인데, 이를 위해 그가 세운 목표는 한 해 여름에 약 5만 마리씩 잡는 것이었다. 그는 약 30개의 양동이를 5m 간격으로 놔두고 조류의 흐름을 타고 모여드는 해파리를 그물로 건져 올렸다. 아침 식사 전, 저녁 식사 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이렇게 하루에 세 번 작업했다. 해파리가 잘 안 잡히면 바다로도 나갔다. 한번은 해파리 채취를 지켜보던 한 할머니에게서 “당신은 그걸 어떻게 요리해 먹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가 “요리 같은 거 안 합니다”라고 답하자 할머니는 “그럼 그걸 ‘생’으로 먹는다고요?”라며 얼굴을 찌푸리곤 자리를 떴다고 한다).”<br><br>-과학자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 그리고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젊은 과학도, 더 나아가 한국의 모든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교훈이 있다면.<br>“노력, 노력, 노력.”<br><br>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br><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