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던진 기자(記者) '아랍의 영웅'으로
사우디 부호 "신발 1000만달러에 사겠다"
리비아 재단 "勇者의 메달 수여하겠다"
국가원수 모독죄로 2~7년형 받을 수도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아랍어 이라크 방언으로 '신발의 아들(son of a shoe)'이라는 뜻의 '이븐 알 쿤다라(ibn al-kundara)'는 최악의 욕설 중 하나다. 이 욕설이 하룻밤 새 아랍권에서 반미(反美)·반(反)부시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이와 동시에, 1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 중이던 부시(Bush) 미국 대통령에게 욕설과 함께 신발 두 짝을 던진 이라크인 TV 기자 문타다르 알 자이디(Zaidi·29)가 이라크와 아랍국가들의 영웅으로 떴다.
자이디는 카이로에 본부를 둔 군소 TV 방송사인 알 바그다디야의 3년차 기자. 그의 방송국 동료 사이프 알 딘(al Deen·25)은 "자이디는 부시에게 개인적 방법으로 복수할 길을 찾겠다고 작년 말부터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자이디와 함께 레바논에서 언론인 과정을 수료한 쿠르드계 기자 잔코 아메드(Ahmed)는 "그는 매우 자랑하길 좋아하고 거만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다 체포된 이라 크 기자 문타다르 알 자이디(왼쪽 작은 사진)가 거주해온 바그다드의 한 아파트 밖에서 15일 동네 아이들이 자이디 의 구두를 갖고 장난치고 있다. 한 아이는 구두를 던지고 있고, 다른 아이는 구두에 코를 대고 있다. AP 연합뉴스
개인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자이디의 행동에 아랍권은 흥분했다. 바그다드에선 15일 수천 명이 "부시는 들어라, 우린 신발 두 짝으로 널 쫓아냈단다"라고 노래하며 장대 위에 신발을 걸고 행진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나자프의 시아파 시민들은 미군 순찰차량에 신발을 던졌다. 북부 도시 모술의 쿠르드계 교사인 야아레브 마티(Matti·45)는 "모든 이라크인들이 자이디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또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al Qaddafi) 가족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은 "자이디에게 '용자(勇者)의 메달'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익명의 부호가 자이디가 부시에게 던진 신발 한 짝을 1000만달러에 사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거리에는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현재 구금 상태인 자이디는 외국 국가원수를 모독한 죄로 2~7년 형을 받을 수 있다. 가족들은 "아랍 각국에서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무료 변론을 자청해왔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일부에선 자이디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한다. 이라크의 공무원 하산 자라(Jarrah)는 "기자의 견해는 신발이 아니라 글로 표현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의 라디오방송 기자인 이야드 말라(Malah)는 "이제 기자회견에 갈 때마다 신발을 벗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