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120년만에 재개된 ‘고래전쟁’
김성호 명지대 문화콘텐츠과 교수
입력 : 2007.05.04 23:35 / 수정 : 2007.05.04 23:35
▲김성호 명지대 문화콘텐츠과 교수 19세기 중반. 동해에서는 ‘고래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동해에서 고래잡이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은 강대국의 밑천이 됐다. 동해를 가장 먼저 주목한 나라는 미국. 1849년 미국 포경선의 일지엔 미국의 350t급 배 120척이 동해에서 고래잡이를 했다고 한다. 서양 열강 중 독도를 처음 발견한 배도 미국 포경선 체로키(Cherokee)였다. 1848년 4월 17일이었다. 1849년 1월에는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Liancourt)가 독도를 발견했다. 독도의 서양 이름 ‘리앙쿠르’가 여기서 유래한다.
조선에서는 고균(古筠) 김옥균(金玉均)이 포경업에 관심을 가졌다. 고균은 1882년 9월 수신사 고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포경업에 눈을 뜬다. 나가사키(長崎)의 한 호텔에 묵고 있던 고균은 포경업자들이 뭉칫돈을 들고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
조선으로 돌아온 고균은 고종에게 포경업 추진을 건의했다. 근대국가 진입 자금에 목말라하던 고종과 고균의 이해가 일치했다. 고종은 1883년 3월 고균을 ‘동남제도개척사 겸 관포경사(東南諸島開拓使 兼 管捕鯨使)’로 임명, 울릉도(독도) 개척과 함께 포경에 나서게 했다.
하지만 고균은 고래잡이에 나서지 못했다. 매천(梅泉) 황현(黃玹)은 ‘김옥균은 입으로만 고래를 잡았다’고 비판했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고래를 잡을 장비와 자금도 없었고, 재래의 장비로는 고래를 잡기는커녕 접근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120여 년이 지난 요즘, 한미 FTA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한데, 한미 FTA는 100년 전의 그 ‘고래’가 아닐까? 상황도 좋아진 것 같다. 이 ‘고래’를 어떻게 잡을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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