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현 논설위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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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0 23:06
요즘 교회엔 성경과 찬송가집을 집에 놔두고 대신 애플 아이폰을 들고 오는 신도들이 등장했다. 얼마 전 한국에 상륙한 스마트폰이다. 신도들이 성경을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아 목사님이 설교하는 구절을 찾아보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에서 유료로 다운받는 찬송가 악보집 중엔 반주음악까지 곁들인 것도 있다. '손 안에 든 PC' 스마트폰이 일상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무턱대고 버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인근 정류장 위치와 버스 배차정보를 알아내고 탈 버스가 정확하게 몇시에 도착하는지 확인한 뒤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버스 안에서 이메일을 검색하고, 다운받은 전자책을 읽는다. 스마트폰 맛집동호회에 올라온 음식점이 아무리 외진 골목에 있다 해도 GPS를 이용해 정확하게 찾아간다.
▶사람들이 많아 번잡한 대공원 같은 곳에서도 스마트폰을 쓰면 쉽게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지금 동경·북위 몇도 몇분 몇초에 있으니 거기서 보자"고 알리면 된다. 한 블로거는 체증 심한 휴일 오후, 스마트폰을 활용해 경북 상주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3시간 만에 올라온 경험을 올려놓았다. 갈 길에 설치된 고속도로 CCTV들의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관찰하면서 정체구간을 피한 덕분이다.
▶영미권에선 스마트폰이 문화소비의 새 지평을 열었다. 미국 시인아카데미는 '포켓 속의 시' 운동을 스마트폰으로 펼친다. 2500여편의 시를 사랑·결혼·봄 등 주제별로 무료 검색할 수 있고 시인 인물정보도 알 수 있다. 애플은 전자책 단말기 아마존 킨들에 맞서 책 10만권을 공짜로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이폰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법 30가지'를 소개했다.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소장품을 선명한 이미지로 감상하고 영화도 무료로 볼 수 있다.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는 모바일 미디어 시대를 사는 인간을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라는 신조어로 규정했다. "지혜의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휴대폰을 거는 인간 호모 모빌리쿠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모바일 미디어 융합이 발전할수록 인간 사이에 '영속적 접촉'이라는 새로운 감각이 발생한다고도 했다. 새로운 감각의 제국이 과연 어떻게 인간을 '스마트'하게 진화시킬지 두고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