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대화
아주 오랜 옛날에, 그러니까 나무와 풀들이 우리 인간들처럼 말을 할 수 있던 시절에, 어느 숲 속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곤거리는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야자나무가 전나무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내 몸뚱이를 좀 보렴! 너무나도 볼품 없고, 거칠기만 한데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잖니? 내 살갗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난 너의 그 튼튼한 육체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어! 너를 가지고는 튼튼한 목재를 만들 수 있잖아. 아무리 비가 와도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아무리 추위가 밀려 와도 너는 끄덕도 하지 않아. 그런데 난 뭐야? 휴우, 난 얼마나 한심하고 쓸모없는 나무인지 몰라!" 전나무는 망고나무를 돌아다보며 이렇게 말했다."나는 너의 그 크고 아름답고 향긋하고 맛있는 열매를 보면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야! 너는 정말이지 무척이나 많은 것들을 주잖니. 모두들 너를 좋아해! 그런데 난 뭐야?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어! 내 모습을 좀 봐. 나는 열매를 맺지도 못해. 나에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열매가 열리지 않아. 이렇게 메마르고 무익한 내 모습을 보면 난 나 자신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단다!"망고나무는 부러운 눈으로 장미덩굴을 돌아다보며 슬픈 눈으로 표정을 지었다."오, 난 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구나! 너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멋진 나무야. 네 모습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니 말이야! 벌들은 꿀을 따기 위해 너에게로 몰려오고 사람들은 자기 집이나 정원에서 너를 키우고 싶어하지 않니! 그런데 난 뭐야? 아, 한심한 내 신세여! 나에게는 아름다운 꽃도 향긋한 향기도 없어."장미덩굴은 옆에 있던 보리수나무를 돌아다보았다."너의 그 넓게 퍼져 있는 가지와 초록색으로 뒤덮인 무성한 이파리를 보면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단다. 너는 정말로 멋진 나무야! 하늘을 나는 새들은 너의 가슴을 찾아와 둥지를 틀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너의 이파리가 펼치는 우산 밑에서 숨을 돌리지. 아이들은 네 가지에 그네를 매달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지 않니. 그런데 난 뭐야? 가시만 삐죽삐죽 나와 있는 앙상한 가지에다 초라하고 볼품 없는 밑둥뿐이니... 난 열매를 맺지도 그늘을 만들어 주지도 못해!"보리수나무는 초록색 눈으로 옆에 서 있는 야자나무를 돌아다보았다. 그 얼마나 늘씬하고 당당한 모습인가! 게다가 가지에는 맛있는 열매가 잔뜩 달려 있기까지 했다. 보리수나무는 부러움과 좌절감이 뒤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나는 네가 그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지는지 모르겠어!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모진 더위와 추위에도 끄덕도 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맛있는 열매를 맺어 주는 너의 모습을 보면 난 나 자신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어! 그런데 난 뭐야? 내가 줄 수 있는 거라고는 첫째도 이파리 둘째도 이파리 셋째도 이파리밖에 없어! 그래,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게 낫겠구나! 나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나무야! 나는 열매를 맺지도 못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주님께서는 우리를 모두 똑같이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이 나무들과 같이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저마다의 다른 달란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주님의 형상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주님의 사랑은 우리 모두를 향하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불평을 버리고 주님의 형상인 우리 스스로를 받아들일 때 우리의 모습이 빛을 바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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