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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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24 03:01 / 수정 : 2009.09.24 06:48
수술기구나 링거액 오염 경찰, 다른 환자들도 조사
부산 서면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여성 중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사고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발생 원인을 최근 일주일 사이에 잇따라 사망한 여성 2명을 부검한 결과 지난 12일 가슴 성형수술을 받고 사망한 박모(29)씨와 지난 19일 지방흡입수술을 받고 사망한 김모(42)씨의 유방과 복부 등의 부위에서 염증과 조직 괴사가 일어난 것이 발견돼 패혈증이 사망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같은 병원에서 복부지방 흡입과 함께 얼굴에 지방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다음날 중태에 빠진 권모(52)씨 역시 패혈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패혈증은 피 속에 들어온 세균이 번식하면서 만든 독성물질 때문에 중독 증세를 나타내거나 온몸에 감염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구토, 발열, 호흡 곤란, 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패혈증 원인이 되는 세균 종류에 따라 2~3일 만에 감염에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패혈증 증세의 원인으로 오염된 수술기구 등에 의한 세균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술을 받은 뒤 패혈증이 왔다면 수술 부위가 감염됐거나 혈관주사를 맞을 때 세균이 침투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패혈증의 경우 세균 감염이 주요인이고, 세균감염은 멸균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외과 수술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라며 "숨진 환자들이 어떤 세균에 어떤 과정을 거쳐 감염됐는지를 정확히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 성형외과 60여곳이 몰려있는 부산 서면‘메디컬 스트리트’일대.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받은 환자 2명이 숨지는 등 연쇄사고로 침체된 분위기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하지만 해당 의사는 수술 도구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링거액, 마취액이 세균 등에 오염돼 패혈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형수술 후 패혈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이들 세 명의 환자 외에도 다른 환자들이 수술을 받았고, 2002년 경남 거제에서 오염된 링거액을 맞고 환자 2명이 숨진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링거액이 남아 있지 않아 규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사고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60여곳의 성형외과 병·의원이 밀집해 있는 서면 메디컬 스트리트에는 의료사고가 미칠 파장과 향후 추이에 대한 우려로 가득 차 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수술을 하려다가 미루는 경우가 속출하는가 하면 상담자 중 부작용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면서 "고객을 안심시키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의료사고로 인해 성형을 의료관광의 주력 분야로 밀고 있는 부산의 대외 이미지 타격도 염려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23일 이 병원의 의사 A씨와 병원 사무장, 간호사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수술기구와 수술실에 대한 소독 및 멸균작업을 철저하게 했는지, 지난 12일 첫 번째 수술환자 사망 후에도 수술을 계속한 이유 등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 8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이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 159명에 대한 기록을 넘겨받아 병원 관계자와 함께 후유증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