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1만8000㎞ 바다여행 후 섬진강으로 돌아오겠지
[중앙일보] 입력 2014.03.15 01:19 / 수정 2014.03.15 01:32
[전남 구례군, 2014. 3]
연어는 회귀성 어류입니다.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11일 전남 구례군 간전면 섬진강어류생태관 앞 강가에서 어린 연어 방류 행사가 있었습니다. 17년째인 올해는 가장 많은 65만 마리를 방류했습니다. 지난해 포획한 어미 연어에게서 채란한 알을 부화시킨 뒤 3개월 동안 키운 녀석들입니다. 아이 새끼손가락만 한 길이(5㎝)로 자라난 어린 연어의 등에는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서식하는 냉수어종의 특징인 검은 반점이 또렷합니다. 강물로 떨어지는 어린 연어들의 눈망울이 더욱 커집니다. 어떤 녀석은 중력을 무시한 채 수평으로 힘을 쓰기도 합니다.
어린 연어는 섬진강에서 한두 달간 머물며 그들이 태어난 그리고 그들을 키운 어머니 강, 섬진강의 냄새를 실컷 맡을 겁니다. 그 냄새가 다시 이들을 섬진강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남해·동해를 거쳐 베링해와 북태평양으로 이동하는 장장 1만8000㎞. 그 드넓은 바다에서 연어가 고향을 다시 찾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이곳에 방류된 어린 연어 498만5000마리 가운데 다시 섬진강을 찾은 연어는 모두 1942마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섬진강어류생태관 최낙현 박사는 “95년 섬진강에서 처음으로 연어가 발견된 뒤 이어져온 어린 연어 방류 사업으로 회귀 연어는 2010년 54마리에서 지난해 162마리로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 박사는 “하천의 청정도를 재는 지표어종인 연어가 회귀하는 것은 섬진강이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3년이나 5년쯤 뒤. 마침내 연어는 모천(母川) 섬진강을 찾아 물길을 거슬러 오를 겁니다. 모든 도전과 역경을 이겨낸 그들에게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