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100자평(0)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3.06.18 03:04
작년겨울 구조된 울진 산양 암수 두 마리 울진 숲에 방사… 700마리 정도 남은 멸종위기種
"울진 산양이라고요?" 지난해 3월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금강소나무 숲길에서 탈진해 쓰러진 산양 두 마리가 발견됐다. 낙엽이 덮인 길 위에서 물기 어린 까만 눈만 껌벅껌벅 뜬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2년생 암컷과 3년생 수컷이었다. 폭설에 먹이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사람이 다니는 길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지역에서 발견된 산양은 살려낸 적이 없었는데…." 연락을 받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種)복원기술원의 송병철 북부복원센터장은 난감했다.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은 200만년 전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나, 현재 국내에선 산악 지역을 중심으로 700~80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1급 멸종 위기 야생동물이다.
강원 인제의 종복원기술원 북부복원센터로 후송된 산양 두 마리는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산양은 아주 은밀한 동물이어서 죽기 직전에야 사람 눈에 띈다고들 하지요. 좀 괜찮아지다가도 다시 병세가 악화돼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송 센터장은 직원 7명과 함께 1주일 넘게 24시간 동안 엄마처럼 산양을 돌봤다. 한두 번 숨이 넘어갈 듯 위기가 닥치자 모두 가슴을 졸였다. 영양제를 주사하고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처방을 했다. 소화가 잘 되도록 특수 제조 먹이를 먹였다.
산양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다. 한 달 넘게 모니터링을 거친 뒤 소형 방사장에서 돌볼 만한 수준이 됐다. 회복을 위해 양구의 한국산양보호협회로 옮길 때는 눈물을 글썽이는 직원도 있었다. "자연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해야지…" 하면서도 송 센터장 역시 눈시울이 시큰했다고 한다.
회복된 산양<사진> 두 마리가 18일 자연의 품으로 방사된다. 원서식지인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이다.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 서식 실태와 이동 경로를 파악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