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가운데) 전 문화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배우 장동건(왼쪽)과 고소영 결혼식에서 주례를 보고 있다.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기의 결혼이라는 화려함에만 취하지 말고 결혼과 출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배우 장동건-고소영 커플의 결혼 주례사에서 특별히 저출산 문제를 언급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주례사를 통해 “독신 생활자들이 늘고 저출산 시대를 맞고 있는 가족 붕괴의 시대에 오늘 이 결혼식은 당사자 스스로에게 그리고 전국의 미혼자들에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명백한 대답을 내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식장에서 자세히 말하지 못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출산에 관한 세 가지 문제가 있다”며 “장동건-고소영 커플이 30대 후반인 데서 알 수 있고 배용준 등 톱스타들의 예에서 보듯 청춘 남녀의 결혼이 늦어지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경제적 기반을 만들고 결혼하려다 보니 만혼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출산도 절로 힘들어진다는 것.
“결혼을 해도 역시 경제적 문제 때문에 첫아이부터 컨트롤하는 것, 아이를 낳아도 하나만 낳기 때문에 결국 인류 전체로는 인구가 반 토막 나는 것 등도 문제입니다. 우리처럼 가족을 중시하는 이탈리아 아이들이 형제가 없어서 삼촌과 외삼촌, 그리고 고모와 이모란 말을 모르고 지낼 것이라는 인구 통계학자의 예견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는 결혼이라는 것이 자유를 구속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킴으로써 옛 이야기 속의 ‘은촛대’를 상실하는 것과 같지만, 새로운 가족과 자녀를 얻음으로써 ‘황금잔’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결혼식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만큼 다소 지루하더라도 의미 있는 주례사를 하고 싶었다”며 “스타들은 인생도 영화처럼 여길 수 있으나 결혼은 현실이라는 것을 특별히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결혼식이 호텔에서 열리긴 했으나 연회를 하지 않는 등 절제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지도층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