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도리깨로 휘돌려 치고
엄마는 대나무로 춤추듯 치고
형은 몽둥이로 억지로 치고
나는 사방으로 튀는 콩알을 줍는다.
콩알콩알
마른 꼬투리 튀어나올 때마다
흙먼지가 뽀얗다.
콩알콩알 땀 흘린 아빠는 검둥이 같다.
엄마는 눈만 빼꼼해서 아빠 보고 웃으신다.
콩알들이 콩알콩알 콩알거리다
땀방울로 꽝꽝 여물어서 나왔는데
제값도 못 받는다며 콩알거리는가.
수입콩이 너무 많다며 콩알거리는가.
콩알거리는 콩의 말소리에
콩알처럼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는 나
콩타작하는 날은
식구들 검둥이 되는 날.
ㅡ이준섭 (1946~ )
+ 가을은 콩타작, 벼타작, 깨타작으로 바쁜 철이다. 한 해의 땀과 보람을 거두는 타작처럼 흥겹고 즐거운 게 어디 있으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만큼 바쁜 게 농촌의 가을 수확 철이라서 타작마당에는 식구들이 모두 일손을 거들기 마련이다.
이 동시는 가을 콩타작하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저마다 성격에 맞는 도구를 들고 콩타작을 하는 모습이 경쾌하고 흥겹다. 땀방울로 꽝꽝 여물어서 튀어나오는 콩알 하며, 땀 흘려 콩타작하는 식구들 하며, 모두 가을볕에 익고 그을린 모습이 건강하다. 제값을 못 받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지만, 콩알이 콩알콩알 튀어나오는 타작마당은 마냥 흥겹기만 하다.
( 이준관 / 아동문학가 / 조선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