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가 말만 걸면
몸을 비비 꼬며 낄낄거렸어
별일도 아닌데
원숭이처럼 책상을 두드리고
일어설 땐
의자가 부서져라
유난을 떨었어
누가 부르기만 하면
귀청이 떨어지도록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알지도 못하면서
번쩍번쩍 손을 들었어
쓸데없이
―김 개미(1971~ )
♡ 아이들은 즐거운 일이 있으면 참지 못한다. 누가 말만 걸어도 몸을 비비 꼬며 낄낄거린다. 말을 걸지 않아도 몸을 비틀고 발을 동당거린다. 즐거운 일은 몸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별일도 아닌데 원숭이처럼 책상을 두드린다. 별일이 아니라니! 천만에, 아이들에겐 특별한 날이다. 원숭이가 되어도 좋을 만큼, 의자가 부서져도 좋을 만큼.
그런 날엔 귀청이 떨어지도록 큰소리로 대답을 하고 선생님 질문에는 알지도 못하면서 손을 번쩍번쩍 든다. 이 동시를 읽으면 즐거운 날에 목청과 귀청이 떨어지게 야단을 떠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들에게 그런 즐거운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넌 그런 날 없니?" 하고 물으면 "네! 그런 날 많아요" 하는 날이.
(이준관 / 아동문학가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