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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 바람 / 우리엄마 보물
[가슴으로 읽는 동시] 우리 엄마 보물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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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보물
우리 엄마 보물 1호는
덕지덕지 때가 낀
하모니카
초등학교 졸업식 날
외삼촌이 사 주셨다는
나보다 나이 많은
은빛 하모니카
부드러운 천으로
곱게 싸서
장롱 속에 넣어 둔
보물단지 하모니카
장난감같이
조그만 것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도레미파솔
맹꽁이
소리 같은
오빠 생각
―최규순 (1955~)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한 보물을 하나쯤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이 동시에서는 외삼촌이 사 준 장난감같이 작은 은빛 하모니카다. 비록 작고 볼품없지만 엄마 어릴 적엔 구하기 어려운 비싼 물건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사는 동안 힘들 때면 하모니카를 불며 마음을 달랬을 터. 때로는 '오빠 생각'을 하모니카로 불며 그리운 사람 생각도 했으리라. '부드러운 천으로 곱게 싸서 장롱 속에 넣어 둔' 하모니카. 지금은 '맹꽁이 소리'처럼 작고 볼품없어도 엄마에겐 아름다운 추억이 들어 있는 보물단지. 그런 추억의 보물단지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 바람
풀밭에서는
풀들의 몸놀림을 한다.
나뭇가지를 지날 적에는
나뭇가지의 소리를 낸다….
풀밭에 나뭇가지에
보일 듯 보일 듯
벽공에
사과알 하나를 익게 하고
가장자리에
금빛 깃의 새들을 날린다.
―김춘수(1922~2004)
+ 바람이 지나간다. 희맑은 바람이 지나간다. 풀밭에 가서는 풀의 행세를 한다. 풀처럼 눕고 풀처럼 일어선다. 나뭇가지에게 가서는 나뭇가지가 되어 제 몸을 흔든다. 벽공(碧空)에, 푸른 하늘에 언뜻 스치고 지나간다. 한 알의 사과알을 붉게 익게 한다. 새의 금빛 깃을 날리게도 한다.
바람은 모든 것과 잘 호응한다. 부름에 잘 응답한다. 사람의 호흡 속에 살기도 하고, 한 그루 수양버들 속에 몸을 길게 늘어뜨리기도 하고, 산마루에 높이 오르기도 하고, 단풍잎에 올망졸망 매달려 있기도 하고, 환한 햇빛 속에 눈부시게 서 있기도 한다. 물처럼 흐르고 흘러 가리는 것이 없다. 활짝 트여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그 눈짓도 참 좋다.
( 문태준 / 시인 / 조선일보 )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 땅에 바람생명을 보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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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시] 바람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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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풀밭에서는
풀들의 몸놀림을 한다.
나뭇가지를 지날 적에는
나뭇가지의 소리를 낸다….
풀밭에 나뭇가지에
보일 듯 보일 듯
벽공에
사과알 하나를 익게 하고
가장자리에
금빛 깃의 새들을 날린다.
―김춘수(1922~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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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영
바람이 지나간다. 희맑은 바람이 지나간다. 풀밭에 가서는 풀의 행세를 한다. 풀처럼 눕고 풀처럼 일어선다. 나뭇가지에게 가서는 나뭇가지가 되어 제 몸을 흔든다. 벽공(碧空)에, 푸른 하늘에 언뜻 스치고 지나간다. 한 알의 사과알을 붉게 익게 한다. 새의 금빛 깃을 날리게도 한다.
바람은 모든 것과 잘 호응한다. 부름에 잘 응답한다. 사람의 호흡 속에 살기도 하고, 한 그루 수양버들 속에 몸을 길게 늘어뜨리기도 하고, 산마루에 높이 오르기도 하고, 단풍잎에 올망졸망 매달려 있기도 하고, 환한 햇빛 속에 눈부시게 서 있기도 한다. 물처럼 흐르고 흘러 가리는 것이 없다. 활짝 트여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그 눈짓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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