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줄' 다시 이은 시아보…
美의회 "안락사 판결 연방서 재심"
특별법안 부시, 휴가일정까지 단축하고 돌아와 서명
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입력 : 2005.03.21 18:32 10' / 수정 : 2005.03.21 21:19 07'
▲ 테리 시아보
미국 플로리다 주 항소법원의 명령으로 영양공급관이 제거됐던 ‘식물인간’ 여인인 테리 시아보에게 영양공급이 다시 이뤄지게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1일 ‘시아보 사건’을 연방 법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의 특별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전날 이 법안에 서명하려고 휴가 일정까지 단축해, 워싱턴으로 급히 귀환했다. 이에 앞서, 미 상원은 일요일인 20일 이례적으로 긴급 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구두 표결로 가결했으며, 하원도 21일 오전 격론 끝에 203대 58로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5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오다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시아보에 대한 생명 연장은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시아보는 영양공급관이 없는 상태에도 1~2주는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법안 서명은 이미 예고됐었다. 그는 17일 “생명의 문화를 세워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하며, 이 문화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도 같은 입장이었다. 젭 부시는 작년 1월 주 의회를 통해 생명유지장치의 제거를 막기 위한 한시법을 제정하고, 지난 1월 연방대법원에 청원까지 냈지만 기각됐다.
연방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할지라도, 시아보의 운명을 속단할 수는 없다. 기독교 보수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번에 의회까지 나섰지만, 미 연방법원은 이미 수차례 이번 사건을 주 법원으로 돌려 보냈었다. 시아보의 남편은 “의회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반발하고 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가족 문제에 의회가 개입해 주(州) 법원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http://www.chosun.com/international/news/200503/200503200253.html
“아내의 생명선을 끊어주십시오”
美 ‘식물인간 여인’ 영양공급 중단… 안락사 논란
의회선 ‘생명유지’ 특별법
워싱턴=허용범특파원
입력 : 2005.03.20 18:17 36' / 수정 : 2005.03.21 03:12 51'
▲ 뇌 손상으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인 테리 시아보와 그녀의 어머니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몇년전의 모습.
15년 전 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한 여성의 안락사 문제를 두고 미국 전역이 큰 논란에 휩싸여 있다. 플로리다주의 지방판사가 이 여성 남편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성에게 꽂혀 있는 영양공급관을 제거하도록 명령하자, 그녀를 살리기 위해 연방 의회까지 나섰다.
올해 41세인 테리 시아보는 15년 전 심장이 일시 멈추면서 뇌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이후 병원에서 인공영양공급관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의 부인이 인공수단으로 생명을 유지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몇 년째 관을 제거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최근 플로리다주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반면 시아보의 부모들은 딸의 남편이 재산을 노리고 있다며 “딸을 살려달라”고 호소해왔다.
법원의 명령으로 시아보의 영양공급관이 지난 18일 제거되자, 일부 기독교신자들은 시아보의 병원 앞에 모여 통곡을 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급기야는 미 의회까지 나서 시아보에 대한 영양공급 재개를 요구하는 특별법안을 제정키로 했다.
상·하원의 공화당 지도부는 의회가 휴회 중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인 20일 긴급 의회를 소집, 시아보의 안락사 결정은 연방법원에서 해야 한다는 특별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가 있던 부시 대통령까지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곧바로 서명하기 위해 일요일에 황급히 워싱턴으로 귀환했다.
의료진은 시아보가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면 1~2주 내 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시아보의 영양공급관이 재연결될 것인지 확실치 않다. 이번 법안은 회기 중에 제정되기 때문에 만장일치의 찬성을 받지 않으면 다시 의회를 소집해야 하는 등 시일이 걸리는데,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연방의회가 한 가정, 혹은 사법부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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