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민들레, 유전자 전쟁에서 지다 [조인스]
도심.농촌.바닷가.산.계곡 할 것 없이 우리 땅 민들레의 90%는 외래종인 서양민들레입니다. 외래종과의 '유전자 전쟁(genetic war)'에서 패한 토종 민들레는 깊은 산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래종이 국내에 들어온 지 10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서양민들레는 꽃을 감싸는 모인꽃싸개잎이 아래로 젖혀진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토종은 봄에만 꽃을 피우지만 이 외래종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립니다.
환경부의 지원을 받은 전북대 선병윤, 고려대 김기중 교수 등은 5일 '민들레 싸움'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외래종이 토종과 교배해 잡종이 탄생하고, 잡종이 다시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의 꽃가루의 공격을 받으면서 토종 유전자가 점차 희석돼 사라진다는 내용입니다. 토종 중에도 산민들레가 흰민들레보다 더 취약합니다.
연구팀은 외래종 유전자의 침투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민들레의 DNA를 뽑아 43개 부위를 비교했습니다.
1999년 강화도 지역의 민들레 50개체를 분석한 결과, 외래종 유전자가 47%를 차지했습니다. 5년 후인 2004년에는 이 비율이 97%로 급증했습니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강원도 영월 동강지역도 외래종의 공격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에는 100% 토종 유전자였지만 지난해에는 외래종 유전자가 17%를 차지했습니다. 2010년이면 이곳도 외래종이 점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이 훼손한 자연의 그늘 속에서 식물은 오늘도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2006.07.05 19: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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