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엄마'였던 뇌사 여성
워싱턴=강인선특파원insun@chosun.com
입력 : 2005.08.05 02:40 18'
뇌사상태에 빠진 엄마의 뱃속에서 석 달을 자란 아기가 0.82kg의 가냘픈 몸으로 세상에 나온 다음날인 3일, 생명유지장치를 달고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하던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하루 전, 제왕절개 수술로 27주 만에 태어난 아기가 여느 아기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발길질을 하는 정상 상태였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겼다. 뇌사상태에서 생명을 키워낸 엄마는 출산이라는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순간 곧 세상을 떠날 것이므로.
미국 여성 수전 토레스(26)는 지난 5월 7일 악성종양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졌다. 당시 임신 15주째가 아니었다면 토레스는 훨씬 일찍 세상을 떠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뱃속의 아기는 석 달 동안 엄마를 이 세상에 붙들어 놓았다.
남편 제이슨은 “아내도 원할 것”이라며 뇌사상태인 아기가 세상에 나와 버틸 수 있을 만큼 자랄 때까지 부인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성금과 아기용품 선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토레스의 모습이 TV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죽음과 생명이 잔인하도록 선명하게 교차하는 상황에 눈시울을 적셨다. 엄마가 보여준 지상 최후의 헌신을 통해 세상에 나온 아기는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서 엄마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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