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떠나는 일곱가지 씨앗 [중앙일보]
중국 위성에 한국 종자 200g `15일간 여행`
방사선 쏘여 돌연변이 육종 … 품종 개량 기대 관련링크
[section] 과학
중국이 이달 중 발사할 예정인 '씨앗 위성' 스젠(實踐) 8호에 우리나라 종자 200g도 실려 우주 여행을 하고 돌아오게 된다. 스젠 위성은 중국 정부가 우주 방사선을 종자에 쪼여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발사하려는 것이다. 거기에는 벼 등 작물류, 채소류, 묘목 등 9종류의 식물 종자.묘목이 실리게 된다.
우리나라 씨앗은 한국원자력연구소 강시용 박사가 중국 연구진에 부탁해 국내 종자로는 처음 우주로 나가는 것이다. 위성에 실을 종자는 벼.콩.들깨.유채.애기장대.난(蘭).무 등 7종이다. 이들 씨앗은 위성에 실려 15일 동안 우주를 궤도를 돌며 저중력 상태로 우주 방사선을 흠뻑 쏘인 뒤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강 박사는 "우주에는 은하에서 쏟아져 오는 중이온 등 우주 방사선이 강렬해 식물의 돌연변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우주로 보낼 종자는 이미 중국 연구진에 보냈다.
방사선으로 만드는 돌연변이 육종이 스젠 위성을 계기로 국내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종자만을 실은 위성을 발사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인 데다 우리나라도 연구진의 노력으로 그런 실험에 한 발을 걸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식품.환경 위해성 논란 없어=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씨앗에 쪼이는 방사선은 인공으로 만들거나, 스젠 위성처럼 우주에 올려 우주 방사선을 쪼이게 할 수도 있다. 마른 씨앗이나 씨눈이 달린 식물의 조직, 밭에 심어진 작물은 방사선을 쏘이게 되면 DNA 사슬의 일부가 끊어진다. 식물로서는 유전자에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유전자는 즉시 복구작업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때 실수로 원래의 DNA 조각 대신 다른 것으로 그 사슬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씨앗이 발아되면 기존 품종과는 다른 품종이 나온다.
강 박사는 "방사선으로 품종을 개량하는 것은 유전자조작과는 달리 다른 종의 유전자를 이식하지 않아 환경이나 식품 안전성 등의 논란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주력 벼 품종인 캘로스의 경우도 방사선 육종으로 만든 원품종을 이용해 만든 게 대부분이라는 게 강 박사의 말이다.
◆멥쌀이 찹쌀로 변해=방사선을 쪼인 종자는 다양한 특성을 갖는 품종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벼에 쪼였다고 치자. 그러면 멥쌀이 찹쌀로, 백미가 흑미로 둔갑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는 기존 재래종 벼에 방사선을 쪼였다. 그러자 멥쌀로 백미였던 그 벼는 흑미로, 찰벼로 변했다. 그렇게 나온 품종이 아직 등록은 안 됐지만 서너 종이 자라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소는 원평.원광.흑광찰.녹원찰벼 등 9종의 벼 품종을 개발해 등록을 마쳤으며, 농가에 보급 중이다.
난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에 방사선을 쪼여 아주 비싼 난 품종을 새로 만들 수 있다. 강 박사팀은 바보난농원과 공동으로 수입 동양란 심비디움 '대국'과 자생란 '석곡'에 방사선을 쪼여 각각 돌연변이 신품종을 만들었다. 대국의 돌연변이는 '동이', 석곡의 돌연변이는 '은설'로 각각 이름붙였다. 동이는 25만~30만원(원품종은 10만원), 은설은 5만~8만원(원품종은 2000~3000원)에 팔리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bj1320@joongang.co.kr]
2006.08.31 21:01 입력 / 2006.08.31 21:08 수정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