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 전투기 조종사 구한 쭈꾸미 어부의 스토리
보령=우정식기자 jswoo@chosun.com
입력 : 2007.02.13 18:24
“조종사는 의식이 있었지만 물에 빠져 덜덜 떨고 있었어요. 수색을 하느라 고기잡이를 제대로 못했지만 생명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조종사를 구해서 가슴이 뿌듯해요.”
서해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가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를 구했다.
어부 김학철(45·충남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13일 새벽부터 1.85t 유자망어선을 끌고 무창포 인근에서 주꾸미 잡이를 하고 있었다. 오전 11시쯤 갑자기 ‘쿵’ 하는 굉음이 들려, 해경에 무선으로 “무슨 사고가 났느냐”고 물었으나 “그런 일 없다”는 답을 들었다. 좋지 않은 날씨 탓에 한동안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던 김씨는 잠시 후 해경으로부터 “전투기 추락사고가 났으니 주변 바다를 둘러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곧장 조업을 중단하고 인근 해역을 돌아다닌 지 50여 분. 먼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뱃머리를 급히 돌려 가보니 비상 고무보트 위에 물에 젖어 떨고 있는 조종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김씨는 황급히 손을 뻗어 조종사를 배 위로 끌어올렸다. 구조된 위치는 보령 웅천사격장에서 서해상으로 5.4km 떨어진 지점이었다.
김씨는 “한숨을 돌린 조종사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비행 도중 추락해 탈출했다’는 말을 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구조된 조종사가 별 탈이 없어 다행”이라며 “주꾸미를 평소의 10%밖에 잡지 못했지만 나라를 지키는 조종사를 구했으니 매우 보람찬 하루였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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