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존비결 머리가 좋아서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8.09.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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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과학적 실험으로 입증]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건만, 파리와 모기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은 기온이 유지되는 이상기온 탓이다. 이번 추석에도 파리 모기 탓에 남부 지역에서는 파리와의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덩달아 일명 전기채로 불리는 전기 파리채도 인기를 누렸다. 기존 무동력 파리채에서 한단계 업그래이드된 전기 파리채는 성능이 10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파리의 개체수는 줄지 않고 있다. 각종 도구를 동원해도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파리의 생존 비결은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최근 '최신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돼 주목된다. 마이클 디킨슨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박사팀은 파리의 움직임을 초고속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했다. 그 결과 파리를 쉽게 잡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주는 요인들을 관찰됐다.
초고속 디지털 이미지에 잡힌 파리의 움직임은 매우 정교했다. 도망칠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파리의 본능에 따라 파리의 작은 뇌가 어디로 갈 것인지 계산을 하고 날아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단순히 있던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방향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했다.
실험 결과 작은 바닥에 앉아 있는 파리를 향해 약 50도 각도로 떨어지는 14센치미터 직경의 검은 디스크인 파리채(위협원)가 파리 앞에서 나타나면 파리는 다리들을 앞으로 내어 뒤로 비스듬히 만든 후 다리를 들어올려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하지만 위협원이 뒤쪽에서 오면 그 파리는 다리들을 약간 뒤쪽으로 이동한다. 또 위협원이 옆에 있으면 다리를 고정한 채로 있다가 점프하기 전 반대방향으로 몸 전체를 비슴듬히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파리가 이 같은 위기를 벗어나는 순간 속도는 100밀리초(millisecond=1000분의 1초) 정도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어느 곤충보다도 빠른 반응 속도이다. 디킨슨 박사팀은 "파리는 자신을 잡으려는 적과 파리채 등에 반응해 날아오르기 전, 비교적 오랜 시간을 알기 어려운 자세를 연속으로 취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계획을 세우고 잽싸게 날아간다"고 말했다.
파리는 또 다리와 눈으로 정보를 감지하며, 이륙까지 0.2초도 안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이 손바닥으로 내려치는 속도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파리는 몸치장을 하고, 먹이를 먹고, 걷는 행동을 동시에 해내는 곤충이기 때문에 파리는 이전에 날았던 거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습성으로 다리로는 감각적인 정보를 취합하고 눈으로는 시각적인 정보를 통합해 순간적인 반응을 빠르게 보인다고 지적이다.
디킨슨 박사는 "파리가 날아갈 준비로 날개와 다리 자세를 정확히 취하고, 어느 곳으로 날아갈지도 다 감지해 놓은 후 나는 시간까지는 200밀리초도 안 걸린다"며 "파리의 뇌가 얼마나 빨리 주위의 정보를 감지하고, 반응에 자동적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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