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하나 없이 36통의 편지만으로 일류대를 보내다
[조인스] 『경후의 담대한 꿈』 저자 아버지 김호씨 논쟁중인 댓글 (6)
경후는 고등학교 3년 내내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집에서 예습 복습만 철저히 했어요. 잠은 7시간 이상 충분히 잤고요.” 매년 대입 결과가 발표된 뒤 수석 합격자 등의 인터뷰에서 듣던 모범답안이 딱 경후에게 해당한다. 정말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해 경찰대, 서울대 법대 1차, 고려대 법대 동시 합격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냈다.
학원에 보낼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낫다
많은 아이들은 눈에 익은 것을 실제로 안다고 생각한다.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눈에 익은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 없이 자기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 무작정 학원만 보내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 김호씨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먼저 부모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후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주말에는 온 식구가 동네에 있는 야구장 앞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면서 놀다가 운동장 옆 언덕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집으로 오곤 했어요.” 학교에 다녀와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면 마음껏 놀게 해주는 것이 경후와 아버지와의 약속이었다.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내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 이런 습관이 경후의 집중력을 키우는 데 기초가 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는 닥치는 대로 여행을 다녔다. ‘여행갈까?’ 한마디에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바로 출발했다. 교통수단도 기차, 시외버스, 자동차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아이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여행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방해 요소 없이 서로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거든요.”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김호씨는 아들과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아버지는 제 친구들 별명까지 다 알아요. 동생 친구들 이름도 다 알고 계시고요. 평소 대화를 많이 하니까 고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아버지에게 말하게 됐어요.”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인지 경후는 단 한 번의 반항 없이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와 주었고,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중학교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자기 주도 학습법을 가르치다
남들이 눈에 불을 켜고 사교육을 시키는 방학 때도 절대 학원을 보내지 않은 ‘강심장’ 아버지지만 경후가 고등학교 올라갈 때가 되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특목고에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사교육 구덩이에 아들을 밀어넣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쓸 수 없다는 자율형 사립고를 발견했다. 한일고는 부모님 곁을 떠나 학교에 기숙하며 사교육 없이 모든 공부를 스스로 해야 하는 곳. 학원에 익숙해져 있던 다른 아이들은 공부하라는 사람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는 환경을 오히려 힘들어했다. 반면 경후는 아버지가 강조하던 스스로 공부하는 법이 몸에 익숙해진 터라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학생에게 공부 게획표를 짜라고 하면 보통 ‘19:00~20:00에는 수학, 20:00~21:00에는 영어, 21:00~22:00에는 언어, 22:00~24:00에는 복습 및 기타 보강’ 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는데 이건 계획표가 아니라 시간표예요. 단순히 시간을 나누어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거죠.
만약 수학 공부 시간에 공부가 너무 잘 돼서 수학 공부를 멈추기 아까워진다면? 반대로 수학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시간 계획표는 변동이 많아 아이들이 지키지 못할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경후에게 ‘작심 3일’ 계획표를 짜도록 가르쳤어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목요일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이렇게 잡으면 하루의 공부를 충실하게 하면서도 시간을 융통성 있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작심삼일의 기준은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공부시간의 총량을 나타내는 것. 더불어 집에 제사가 있어도, 친척집에 놀러 갈 때도,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예습 복습은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교육관으로 예습 복습이 생활화 된 경후는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은 빠짐없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김호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들. 그 속에는 스크랩한 신문기 사와 공부에 관한 고민들뿐 아 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속 깊은 인생 이야기도 가득하다.
편지로 마음을 전하다
섬세한 아버지의 교육 지침 외에도 경후를 버티게 해준 것은 아버지가 보낸 36통의 편지였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아버지의 칭찬과 격려는 경후에게 큰 힘이 됐다. 16세, 17세, 18세 한 해 한 해 살아가면서 아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아버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하고, 아버지가 만났던 훌륭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경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주기도 하고, 고민이 있으면 편지를 통해 마음을 나누었다. 공부뿐 아니라 가족, 친구, 사랑 등 모든 이야기를 편지지 속에 담았다. 경후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대화를 나누던 그때처럼.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만 하다 보면 아이들은 지쳐가기 마련입니다. 이때 아이들이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떨어져 있다 보니 유일한 소통 매체가 편지였죠.”
김호씨는 경후가 힘들어할 때마다 아들의 인생 선배이자 친구로, 또 선생님으로 멘토링을 해주었다. 그 결과는 사교육 없이 일류 대학 3개 동시 합격이라는 자랑스러운 열매를 맺었다.
아빠의 교육 센스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라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일을 핑계로 아이와의 여행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 아이와 친해지 기 위해 여행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여행을 가면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소 통의 시간이 마련된다. 한번 다녀오면 아이 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항상 무언가를 읽고 있는 부모가 되라
경후 눈에 비친 엄마는 항상 무언가를 읽고 있 는 사람이었다. 엄마나 아빠 어느 한쪽이라도 책이나 신문을 읽는 모습을 매일 보고 자란 아이는 어느샌가 스스로 읽을거리를 찾게 된다.
공부는 눈에 익히지 말고 손에 익게 해라
학원에서 흔히 하는 주입식 교육은 아이들의 눈에 공부를 익히는 과정이다. 눈에 익은 것이 머릿속까지 연결될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된 다. 사교육을 시키려거든 반드시 스스로 공부 하는 시간도 만들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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