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개그맨 김현기가 일본어 잘 하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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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진짜, 저 만나고 싶으신 것 맞아요?"
개그맨 김현기(40)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대뜸 이렇게 물었다.
"저를 인터뷰하고 싶으신 거죠? 진짜 저 맞죠? 제가 대한민국에서 저평가돼있는 개그맨이라… 하하."
방송가에서 그는 본업인 개그보다 '한류 전문 MC'로 통한다. 돈 몇 만엔 들고 무작정 떠났던 일본 유학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일본어가 그의 경쟁력이다. 요즘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일본 NHK의 한국어 강좌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엔 아리랑 TV에서 가수 채연씨와 함께 일본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 MC를 맡았다. 2주에 한 번씩 일본에 갔다 온다는 그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 갔다 온 후 뭘 하고 살까 고민하다가 유학을 결심했죠. 미국·일본 비자를 동시에 신청했는데 일본비자가 먼저 나와서 가게 됐어요."
▲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김현기씨는“일본에서 개그맨 최초로 팬미팅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그는 일본 야마노 예술대학(마케팅 전공)을 졸업하고 화장품 회사에 취직했다. "신나게 일 하면서도 늘 뭔가가 허전해서" 얼마 안 돼 사표를 냈고, "더 늦기 전에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개그맨에 도전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1997년 KBS 공채 13기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공채 동기인 박준형·박성호씨가 개그콘서트를 이끌며 인기를 누렸지만, 그는 한동안 무명에 가까웠다. 개그 무대보다는 일본어 통역이 필요한 방송에 리포터로 나가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그를 찾는 자리가 점점 많아졌다. 2004년 박용하 팬미팅을 시작으로 권상우·이동건·신화·동방신기·비 등 한류스타들의 대형공연 이벤트와 팬미팅 진행을 도맡고 있다.
"일본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같아서 처음엔 쉽게 배우는 것 같지만 점점 더 어려워져요. 또 언어라는 게 말만 배워서 되는 게 아니고 그 나라의 역사·관습·문화를 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죠. 진행하면서 상황에 맞게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하니까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그는 "지금도 아내랑 대화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 찾아보면서 외우고, 일본 드라마와 뉴스를 보면서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권상우 팬미팅 행사 진행을 계기로 만나게 된 일본인 아내가 그의 선생님이다.
일본어 잘하는 비결이 따로 있을까.
"딱 하나죠. 그 나라 사람하고 사랑하면 돼요. 이건 아내한테 비밀인데 일본 유학 가자마자 3개월 만에 일본인 여자친구를 사귀었어요. 사랑하니까 내 마음을 전해야 하는데 언어가 안 통하니 죽어라 공부했죠. 공중전화 박스 붙들고 1시간 동안 대화하고 사전 찾아가며 실력이 확 늘었어요."
그는 "개그맨은 연예인 중에서도 정말 힘든 직업"이라고 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보세요. 가수는 히트곡 하나 있으면 평생을 먹고 사는데, 개그맨은 유행어가 하나 히트 쳐도 금세 잊히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해요."
엄살을 늘어놓지만, 알고 보면 그도 '아이디어 뱅크'다. '마빡이'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에서 나왔고, 지난해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애드리브 브라더스' 아이디어도 냈다.
"최초로 시도된 100% 쌍방향 개그였죠. 관객들이 직접 대사를 만들고 코너를 이끄는 설정이었는데 아쉽게 코너가 일찍 끝났어요. 좀 지식 있고, 생각 있는 분들이 진가를 알아주셨는데… 하하."
그는 "지금까지 한류 스타는 배용준·권상우·송승헌 같은 깎아놓은 미남들이었지만 저 같은 평범한 캐릭터도 있다는 걸 일본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요즘엔 개그보다 연기에 더 끌려요. 당분간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방송하고 연기에도 주력할 겁니다. 한국에서 영화 '구세주' 속편을 촬영할 거고 일본에서도 곧 영화 하나 찍기로 했어요. 일본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니까 좀 더 자리를 굳히는 게 중요하죠. 제가 원래 대기만성형이거든요."
▲ 일본 잘하기로 소문난 개그맨 김현기씨가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주완중 자wjjoo@chosun.com
입력 : 2008.10.25 03:10 / 수정 : 2008.10.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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