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금속광산(폐광)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쌀,배추 등 농산물의 상당수가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에 허용기준 이상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중금속이 함유된 농산물이 전국으로 팔려나갔을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중금속 오염 현황=환경부와 농림부,산업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2005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전국 폐광지역 936곳 중 44곳에 대한 농작물 및 토양·수질의 중금속 오염실태 조사를 벌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주식인 쌀의 경우 조사한 757건 중에서 27.5%와 8.1%가 각각 납과 카드뮴의 국내 및 국제식품규격위원회(코덱스)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경우 국내 허용기준을 무려 17배 이상 3.513촼의 카드뮴과 6.547촼의 납이 검출됐다. 현재 쌀에 대해 카드뮴 허용기준은 0.2촼이며 납 허용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배추도 조사대상 367건 중에서 27.5%와 28.1%가 납과 카드뮴 허용기준을 넘어섰다. 배추를 생산하는 33곳 폐광 인근지역 중에서 코덱스 규정 납과 카드뮴의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지역이 각각 9곳과 8곳이었다. 배추의 경우 코덱스에서 납은 0.3촼,카드뮴은 0.2촼을 허용기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감자의 경우 코덱스 납 허용기준 초과가 24.8%,카드뮴 허용기준 초과가 23%였다. 파도 허용기준 초과가 각각 35.4%,38.8%였으며 고구마는 29.5%,4.5%였다. 카드뮴에 중독되면 뼛속의 칼슘과 인산 등이 빠져나가 뼈가 약해지고 쉽게 부서지는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릴 수 있다. 납에 중독되면 식욕부진,피로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심해지면 체중 감소,복통,고혈압,간경화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정부대책과 문제점=일단 정부가 농작물 중금속 검출 대책을 내놨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농산물에 대한 중금속 잔류허용기준이 쌀과 관련된 카드뮴 기준만 있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그동안 쌀의 경우 매년 카드뮴 허용기준치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 수매·폐기처분을 하고 있지만 다른 농산물의 경우 별다른 손을 쓰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이날 대책을 발표했다. 폐광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에 대해서는 국내 납·카드뮴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될 때까지 코덱스 기준을 이달부터 잠정 적용해 이 기준을 초과하는 농산물은 전량 수매,폐기처분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또 정부는 폐광지역 인근에서 생산된 쌀이 전체 쌀 생산량의 0.1%도 되지 않는 등 유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부작용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금속 오염실태 조사는 전국 936곳 폐광지역 중 단 44곳만을 대상으로 실시해 앞으로 확대조사가 이뤄질 경우 더 많은 중금속 검출 농산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일부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닌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확한 실태와 원인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