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톤 홍차 티백 있는 곳을 폭격하라"
미(美), 무인폭격기 활용해 파키스탄 알카에다 은신처 공격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파키스탄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립톤(Lipton) 홍차가 자취를 감췄다. 홍차와 우유를 섞어 만든 차이(밀크티의 일종)가 국민음료로 대접받는 파키스탄에서 주원료인 립톤 홍차가 사라졌다는 것은 큰 얘깃거리다. 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립톤 홍차를 멀리하게 된 배경에는 미군의 무인폭격기가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북서부 산악지대는 험준한 산세 탓에 수년째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은신처로 기능해왔고, 미군은 무인 폭격기를 띄워 알 카에다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습을 감행해왔다. 문제는 무인 폭격기들이 알 카에다 요원들이 무심코 땅바닥에 버린 노란색 립톤 티백을 표지로 삼아 이들의 뒤를 쫓는다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이 지역 부족들은 괜히 티백을 흘렸다가 무인 폭격기의 폭탄 세례를 받는 사태를 피하려고 아예 립톤 홍차 마시는 걸 중단했다는 것이다.
립톤 홍차가 무인 폭격기의 활동에 정확히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와 같은 무인 폭격기가 알 카에다 지도부를 거의 궤멸시킨 건 사실이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bin Laden)과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al-Zawahiri)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 고위 간부들이 상당수 무인폭격기 공습으로 암살됐다.
▲ MQ-1 '프레데터'알 카에다 서열 4위인 칼리드 하비브(Habib)를 비롯해 2006년 대서양 횡단 여객기들에 대한 액체 폭탄 테러를 기획한 라시드 라우프(Rauf), 알 카에다 최고의 무기 전문가 아부 하바브 알 마스리(al-Masri) 등이 피살 명단에 올랐다. 대다수 고참 간부들이 사망하면서 알 카에다 지도부는 전투 경력이 일천한 젊은 요원들로 메워지는 형편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2일 보도했다.
미군은 작년 8월 말부터 파키스탄의 국경지역에서 무인 폭격기를 적극 활용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파키스탄 정부의 허락 없이 파키스탄 내 목표물을 공습하도록 명령을 내렸고, 프레데터의 공습 횟수는 2006년 3건, 2007년 7건에서 작년 8월 31일 이후 현재까지 38건으로 급증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무인 폭격기는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무인 폭격기 운용 기관인 CIA(중앙정보국)의 리언 파네타(Panetta) 국장도 "(무인 폭격기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라고 극찬한다. 현재 백악관에선 알 카에다와 제휴 관계인 탈레반(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이 은신 중인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퀘타 지역에서도 무인 폭격기를 이용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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