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스라엘 60년 너무 닮은 꼴"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
건국 직후 전쟁… 폐허 상태에서 경제 성장
홀로코스트 겪고 나라 없던 설움 잊지 못해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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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본지와 인 터뷰를 하고 있는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 그는 올해로 건국 60년을 맞은 한국과 이스라엘이“나이만 같 은 게 아니라 닮은 점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한국의 60년과 이스라엘의 60년은 너무나 닮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지난 8일 본지와 인터뷰를 한 이갈 카스피(Caspi·58) 이스라엘 대사는 "한국과 이스라엘은 건국 시기만 같은 게 아니라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연자원도 없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인적자원만으로 두 나라 모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은 지난 5월 14일로 건국 60년을 맞았다. 카스피 대사는 "한국이 건국 직전에 일제 강점기를 겪은 것처럼 이스라엘도 홀로코스트를 겪었고, 두 나라 모두 건국 직후에 전쟁을 치렀다"며 "아직 국경에서 상대방과 총을 겨누고, 젊은이들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 현실까지 서로 닮았다"고 말했다.
건국 초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카스피 대사는 "이스라엘의 성장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스라엘 건국 60년 역사를 회고했다. 그는 중동지도를 펼쳐 보이고는 "이 넓은 땅에서 한 점(dot)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전쟁과 테러를 겪으면서도 한 나라로 인정 받고 세계적인 과학기술 혁신에 한 몫 하게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그런 면에서 세계경제의 수퍼 파워로 떠오른 한국도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60년 동안 이스라엘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카스피 대사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그는 "우리는 홀로코스트 당시 나라가 없었던 설움을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나뿐인 조국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국가의 정체성을 살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5월의 건국 60주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예산이 부족해 다른 해보다 '더 화려한' 쇼는 펼치지 않았다. 대신 '내일을 바라보자 (Facing Tomorrow)'는 주제로 각국 정치인들과 석학들이 모여 이스라엘과 세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스라엘의 미래에 대해 그는 대답 대신 이스라엘식(式) 농담을 들려줬다. "신이 '일주일 후 지구에 홍수를 내리겠다'고 말하자 기독교인과 불교신자들은 기도를 했지만, 이스라엘인들은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물 속에서 살아갈 방법을 배우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기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스라엘에 평화가 올 것"이라며 이스라엘인 특유의 낙관론을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