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화씨 `바지 피랍일지'로 본 억류생활
억류생활 중에도 독실한 신앙생활
‘먹고싶은 것’ 리스트 적기도
연합뉴스
입력 : 2007.09.01 05:25
지난달 29일 납치 41일만에 석방된 서명화(29)씨가 탈레반의 감시를 피해 몰래 바지 안쪽에 적은 피랍일지는 베일에 가려졌던 한국인 인질 억류생활의 고단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는 특히 생명을 위협당하는 억류생활 중에서도 매일 기도를 하고 성경구절을 묵상하거나 금식기도를 하는 등 신앙생활을 했다. 탈레반은 이 금식기도를 ‘석방을 위한 단식투쟁’이라고 여겼다.
그의 ‘바지 피랍일지’를 보면 ‘8월26일(일) 5:30∼6:10 기도회’, ‘8월27일(월) 8:00∼9:00 (로 3:19∼31) 명화(자신을 지칭) 기도’ ‘성경이 잼(재미)있어 졌어’, ‘7월23일 예배시작’ 등의 문구를 볼 수 있다.
‘요한복음 15장 1절∼8절’, ‘시편 84편’ ‘기드온’ 등 성경 구절과 내용이 적혀있기도 해 같은 장소에 억류된 다른 인질들과 억류생활 중에서도 성경공부를 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시간대별로 자세히 적은 날엔 반드시 신앙생활에 관계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타교를 엄격히 배격하는 탈레반에 들키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런 서씨의 종교활동은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신실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장기간 피랍생활의 공포와 고통을 자신의 신앙에 대한 신념으로 버텼을 가능성도 높다.
서씨는 이런 모습 외에도 ‘교촌치킨, 해물파전, 닭도리탕, 설렁탕, 신라면, 김치찜, 국수’ 등 14종류의 먹고 싶은 음식 명단을 적어놓기도 했다.
서씨는 지난달 31일 카불에서 국내언론을 상대로 한 첫 기자회견에서 “음식 적응이 힘들었다. 탈레반도 가난하게 살아 어떤 날은 4명이 감자 2개를 반씩 나눠먹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오후 9시∼10시 사이에 잠이 들어 오전 6∼7시 일어났다고 써 있으며 하루 세끼는 먹은 것으로 보이지만 메뉴는 ‘비스킷’ ‘파’ ‘주스’ 등으로 적혀있어 빈약한 편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혜진(차혜진씨) 머리 감음’, ‘옷 빨래’ 등 최소한의 위생환경도 제공받기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피랍 초기의 기록이 눈에 띄는데 ‘7.19(목) 피납, 총 2발, 봉고 이동, 턱 있는 방 23명, 환타, 주스’ 등 피랍 첫날 상황이 기록됐다.
7월20일엔 ‘트랙터 이동→걸어서’, ‘신발 신고 잠’으로 기록했고 7월23일은 ‘트랙터 이동, 12-11명 분산이동, 창고로 이동, 헛간에서 잠’ 등 이동상황과 어려운 생활 조건을 빼곡히 적었다.
서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7월24일부터 매일 적었고 그 이전은 기억을 되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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