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습지를 살려야 물이 산다
수질정화 능력 탁월 홍수 충격도 완화…
생태관광 자원으로 잘 보존해 활용을
안경수 인천대 부총장·한국습지학회장
입력 : 2008.03.21 22:22 / 수정 : 2008.03.21 23:32 Url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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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수 인천대 부총장오늘(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제47차 UN총회(92년)는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를 수용하여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 93년부터 기념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정부차원의 기념식을 개최하고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을 진행하여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의 소중함을 알고는 있지만 정작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물 아껴 쓰기' 정도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물 사랑 실천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물의 근원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과 습지는 언뜻 보기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습지' 하면 늪을 떠올리는데 넓은 의미로 보면 강과 호수, 저수지와 논, 갯벌과 얕은 바다가 모두 습지이다.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습지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물을 담는 자연의 그릇이 습지이니 물과 습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습지는 대지의 모든 물을 담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습지의 별명은 '자연의 콩팥'이다. 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과 미생물, 습지를 구성하는 토양은 습지로 유입된 물 속의 부유물질을 침전시키고 유기물을 제거하여 정화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습지식물인 부들과 갈대 등이 수질정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지는 수질을 좋게 해줄 뿐 아니라 수량 관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홍수가 났을 때 스펀지처럼 물을 한 가득 머금어 피해를 줄이기 때문에 생긴 또 다른 별명이 '자연의 방파제', '자연 댐'이다.
또한 습지는 물과 함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 낸다. 물과 생물, 그리고 인간이 함께 어우러진 생명력 넘치는 역동적 공간인 습지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이자 즐거운 놀이터가 된다. 경남 우포늪이나 전남 순천만에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습지의 경관을 보기 위해, 생태체험학습을 위해, 혹은 먼 길을 날아온 철새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이 소중한 만큼 그 물을 담는 그릇인 습지도 소중하다. 수질을 정화하고, 수자원을 확보·유지해주는 습지 덕분에 우리는 오염처리와 수자원개발에 드는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게다가 자연이 창출해내는 수변 경관과 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앞으로 생태관광 자원으로서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손에게 물려줄 훌륭한 자산인 습지를 아끼고 보호하는 데 우리 모두 뜻을 함께하여, 습지를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통하여 서로의 인식 증진 노력에 함께하여야 할 것이다.
마침 오는 10월 말 경남 창원에서는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의 당사국총회(Cop10)가 열리게 된다. 전 세계 160여 개국의 습지정책 담당자, 저명학자, NGO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습지와 물 문제가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게 된다. UN기구에서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지에서 잘못된 습지 관리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와 물 부족 문제가 일어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는 해마다 200만 명 이상이 이로 인한 수인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긴 인류의 역사에서 습지는 인간에게 물을 제공해주는 원천으로 항상 중요하게 여겨져 왔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습지환경총회를 계기로 우리 국민 모두가 습지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습지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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