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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금?
[[제1404호] 2014년 3월 8일]
일반적으로 모든 공적인 예배는, 목사의 축도로 그 예배가 마쳐집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영원히 함께 하옵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라고 축도를 마칩니다. 제가 축도를 마칠 때 ‘영원히’라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 대부분은 한 주간 후에 다시 만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한 주간동안’이라는 말이 맞겠지마는, 그런데도 어떤 사람에게는 ‘한 주간’이 때로는 ‘영원’이 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오늘’이 ‘영원’일 수가 있습니다. 오늘 내건 설교의 제목이 ‘영원한 지금’입니다. 오늘 제가 사용한 설교 제목은, Tillich의 세 번째 설교집의 책 제목이기도 하고, 그 책에 11번째로 실린 설교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얼른 생각해 보면 ‘영원한 지금’이라는 말은, 서로 모순되게 조합된 언어처럼 느껴질 겁니다. 그러나 ‘영원과 지금’은 의미적으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물리적으로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언제나 ‘영원’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①오늘 읽은 본문은 비록 이사야서에 수록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이사야 선지자가 쓴 글이 아니라, 바벨론 포로시기에 어느 이름없는 선지자가 쓴 글이라고 전해집니다. 이 글을 쓰던 시대의 이스라엘은 그 나라와 백성들이 처한 형편이 암담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지자는 이렇게 설교합니다.
“너희가 지었던 죄악은 다 용서 받았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너희의 고생은 끝났으며, 너희가 사는 세상은 공평해 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지자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형편은 그게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여러분, 만일 우리가 그런 혹독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선지자란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그런 설교를 한다면 우리의 반응은 어떨까요?
②이제 우리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대대로 이어지는 가난으로 평생 집 한 칸 없이 살아가는 생활, 수년째 밤낮으로 헛소리를 하며 누워 있는 손자를 수발해야 하는 질병의 고통, 마지막 남은 전답을 팔아서 뒷돈을 댔는데 부도가 났고, 그 빚더미에서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식의 파산, 몇 년째 취업의 문 앞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자식의 한숨을 들어야 하는 부모의 마르지 않은 눈물, 그야말로 바벨론의 포로 생활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삶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인데,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면서 ‘여러분의 죄악이 사함을 받았고, 고난의 때가 끝났고, 고통의 언덕이 평탄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곧 나타날 것이고, 우리 모두 그 영광을 곧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설교를 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국가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단된 채 70년의 세월이 흘러가는데도 여전히 분단의 상태입니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은혜로 이만큼 먹고 삽니다. 그런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인데 형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개인의 형편이 그렇고 나라의 형편은 이 모양인데 목사는 “하나님이 도우십니다. 하나님이 구하십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십니다”라고 설교를 하며, 그 설교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듣자고 합니다. 여러분, 목사의 그런 설교와 내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③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것입니다. ‘인간은 ‘지금’만 보지만 하나님은 ‘영원’을 보신다’는 겁니다. ‘인간은 ‘지금’만 계산하지만 하나님은 ‘영원’을 섭리하신다’는 겁니다. 그래서 ‘영원’을 못보는 인간은 ‘지금’이 전부인 줄 압니다. 그래서 온갖 죄악을 자행하고, 교만해집니다. 심지어 하나님에게까지 훈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지금’을 하나님의 ‘영원’을 통해서 말씀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지금’만 말씀하신 적이 없고, ‘지금’이 전부라고 말씀하신 적도 없습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지금은 풀처럼 마르고, 꽃처럼 시들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다’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 가지를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의 질서와 영원의 질서’를 혼돈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의 질서와 하나님의 질서를 혼돈하지 말아야 합니다.’ 동시에 ‘지금의 질서가 영원의 질서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의 질서가 지금의 질서를 포함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의 질서가 하나님의 질서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질서가 인간의 질서를 다스리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 우리의 ‘지금’이 고통스럽지만, ‘영원’을 바라보십시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의 인간질서가 형성해 가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질서가 이 역사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우리의 ‘지금’은 파괴되고, 고통을 받고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다’는 그 말씀이, 영원을 바라보며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진실로, 우리의 위로가 되고 생명이 되는 신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영철 목사<광주 남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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