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그나마 공평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나름의 삶이 누구에게나 무겁고 때론 벗어던지고 싶을 만큼 버겁다는 점이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인생의 나락이 더할 수 없이 깊게 느껴지고 막연한 암담함에 절망을 느꼈으리라. 큰 충격을 던져 준 배우 최진실씨의 죽음도 이러한 절망의 나락에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 충격 던져준 최진실씨 죽음 -
자살의 유형에는 삶을 정말로 끝내려는 자살과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려는 자살이 있다. 전자는 주로 주변 사람의 죽음이나 중요한 가치의 상실에 의해 자살 동기가 촉발되며 비밀스럽고 치밀한 사전계획을 통해 자살이 계획된다. 이들은 투신을 하거나 목을 매다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발견되지 않는 장소와 시간대를 고른다. 반면 자신의 고통을 알리려고 하는 자살은, 반드시 죽어야겠다는 강한 의도보다는 지금 이 현실을 피하고 뭔가 더 나아지고픈 속마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교적 덜 치명적이고 죽기까지 비교적 시간이 걸리는 약물남용이나 손목을 긋는 행동을 하고, 다른 이들에게 발견되기 쉬운 장소와 시간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자살은 정신건강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특히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살자의 80%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미국 보고도 있다. 그런데 근래 자주 보도되는 연예인들의 자살은 연예인들이 지닌 심리적 특성 중 하나인 높은 공적 자기의식(public self-consciousness)과도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손턴(Thornton)에 따르면 공적 자기의식은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외모나 말, 행동을 어떻게 보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평가나 요구에 민감하고 이상적인 외모에 대해 집착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 자신의 인기를 위하여 다른 사람들을 신경써야 하는 직업의 속성상, 연예인들 중에는 공적 자기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끊임없이 대중들을 의식하고 있으며 그들의 기대와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한다. 동시에 멋진 모습뿐 아니라 자신의 단점이나 불행 등 감추고 싶은 모습도 모든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 자살한 채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 준, 인기 밴드 너바나의 리드싱어 커트 코베인의 인터뷰 자료 및 작품들, 편지나 메모 등 개인적인 기록들을 시기별로 자세히 분석한 캐나다 심리학자 스칼러에 의하면 공적 자기의식은 우울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연예인들에게 자신에 대한 비난, 폭언, 악플들은 자존감을 한없이 낮추고 결국 우울로 이어지게 한다.
- 또 다른 ‘충동 자살’ 경계해야 -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음에도 대중 스타는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고전영화의 전설적인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나 마릴린 먼로가 사망했다고 보도되자마자 일반인들의 자살률이 순식간에 치솟았다고 한다. 자살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염성 바이러스와도 같다. 자살하고 싶은 충동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죽음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혹시라도 지금 도무지 출구가 없다는 암담한 생각에 빠져 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