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영어책이 '국내 베스트셀러 1위'
학습서 '잉글리시 리스타트'
'졸라맨' 닮은 캐릭터 등장 "쉽고 부담없다" 반응 폭발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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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년 전에 나온 옛 영어학습서가 한국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이변(異變)이 일어났다. 화제의 책은 영어학습서인 《잉글리시 리스타트(English Restart)》(전3권·뉴런)다. 이 책은 11주간 1위를 달렸던 이외수씨의 소설 《하악하악》을 제치고 지난 4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영어학습서가 단행본으로 교보문고 '종합 1위'에 오른 건 정찬용씨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이후 8년여 만이다.
《잉글리시 리스타트》는 지난 7월 초 출간됐다. 출간 한 달 만인 지난달 2일 예스24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하더니 알라딘(8월14일)·교보문고(9월4일)에 이어 지난 6일 인터파크까지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꿰찼다.
이 책은 1945년 처음 출간된 이후 60여 년 동안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등 40여 개국에서 나왔다. 20세기 영어권 문예비평가인 I. A. 리처즈(Richards·
1893~1979·사진)가 하버드대에서 기초영어 교재 개발을 하며 집필했다. 언어감각의 달인으로 불렸던 그는 1930~38년 중국에 머물며 영어와 영문학을 가르쳐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었다고 한다.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졸라맨'(애니메이션 캐릭터 가운데 하나. 머리는 동그랗고 몸체와 팔다리는 가늘다)처럼 생긴 사람 세 명이 반대편 낭떠러지에 있는 곰 두 마리를 가리킨다. 이들 머리 위로 영어문장 하나가 두둥실 뜬다. "They are there(그들이 저기 있다)." 영어학습서지만 '문법' '시제' 같은 골치 아픈 용어는 하나도 없다. 발음기호는커녕 한국말도 없다. 오로지 간결한 그림과 10개 이하의 짤막한 영어문장만 있을 뿐이다.
20세기 초에 출간돼 '환갑'이 넘은 영어학습서가 21세기에 폭발적 반응을 얻는 이유는 뭘까? 독자들의 평은 "쉽다" "간결하다"로 요약된다. 회사원 김규환(30)씨는 "복잡한 설명은 다 빼버리고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그림과 문장만 살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볍고 작은 책 크기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11년 전인 1997년 8월 국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됐을 때에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양은숙 뉴런 대표는 "출판의 정설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며 "온·오프라인 리뷰도 많이 달렸다"고 말했다. 양 편집인은 "그림과 문장 등 콘텐츠는 그대로 살리고 겉포장과 책 크기, 종이만 바꿨다"며 "콘텐츠에 100%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요소로 차별화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