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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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文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2.01.16 23:08
이동한 논설위원 작년 5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지구 내 곳곳에서 붉은발말똥게 포획 작업이 시작됐다. 멸종위기 2급 동물인 붉은발말똥게의 개체(個體) 보전을 위해 해군기지 부지 내 서식하는 붉은발말똥게를 잡아 다른 서식지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멸종위기 1급은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해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멸종위기 2급은 가까운 장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동·식물을 말한다. 크기 3㎝의 붉은발말똥게는 해군기지 일부 부지 내 해안의 돌담이나 도랑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람이 다가가면 숨어버려 손으로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 해군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해양환경 컨설팅 업체 직원들은 붉은발말똥게 서식지 주변에 통발 같은 덫을 놓아 게를 잡느라 다섯달간 소동을 벌여야 했다. 이 업체는 직원 172명을 동원해 9월까지 붉은발말똥게 322마리를 잡아 인근 약천사 선궛내에 방사했다.
작년 6월 제주 해군기지 부지 내에 역시 멸종위기 2급 동물인 맹꽁이도 서식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맹꽁이는 한라산 고지대를 제외한 제주 전 지역에 서식하고 있어 제주에서는 희귀하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해군 측은 붉은발말똥게와 마찬가지로 맹꽁이를 포획·방사하기로 했다. 맹꽁이가 땅속에서 생활하다가 밖으로 나오는 장마철을 기다려 해군기지 부지 일대에서 맹꽁이알·올챙이·어린개채·성체를 수색한 끝에 맹꽁이 올챙이 918마리를 잡아 조천 돌문화공원 습지로 옮겼다. 해군기지 반대세력의 위세에 위축된 인근 주민들이 올챙이 받기를 꺼리는 바람에 강정마을에서 40㎞나 떨어진 먼 곳까지 옮겼다고 한다.
작년 7월에는 민물새우의 일종인 1㎝ 크기의 제주새뱅이가 해군기지 부지 내에 서식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해군은 환경부에 보전대책을 문의했고, 환경부는 제주새뱅이가 보호후보종(種)이지만 멸종위기종에 준해 대책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 뒤에 환경용역 업체 직원 35명이 18일 동안 일대에서 5300여 마리를 뜰채로 잡아 인근 강정천과 악근천으로 옮겨 풀어놨다.
당초 제주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 예산은 10억원으로 잡혀 있었으나, 해군기지 반대세력들이 해군기지 부지 앞바다 밑에 천연기념물인 연산호가 많아서 해군기지를 만들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연산호 서식처 해양환경조사'를 하느라 14억원이 추가로 들었다. 하지만 방파제가 들어설 해군기지 앞바다에는 연산호가 없었다. 나중에 붉은발말똥게·맹꽁이·제주새뱅이 보전을 위해 1억5000만원이 더 들어 환경 관련 예산은 총 25억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비 9770억원 가운데 환경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해군기지 반대세력들은 자연생태계를 살리자는 주장이 잘 먹힌다는 점을 이용해 공사 방해 명분에 환경 관련 이슈를 포함시켰고, 이 때문에 실제 공사일정이 차질을 빚었다.
지지부진하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불과 4개월여 전인 작년 9월 초다. 그러나 여당은 천신만고 끝에 공사 속도를 내려던 해군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야당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1278억원 삭감해 49억원만 남겼다. 제주 해군기지는 우리나라 안보와 해양주권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군사시설이다. 서식지를 옮긴 붉은발말똥게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 해군기지 완공은 2015년 말로 늦춰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