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가 왜 멸종됐을까요"나지홍 기자 jhr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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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01 02:49
청년취업 1만명 프로젝트 진행 윤용로 기업은행장
토끼 중소기업 죽으면 호랑이 대기업도 죽어
중소기업·구직자 잇는 잡월드는 '희망 다리'
▲ 윤용로 기업은행장.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백두산 호랑이가 왜 멸종됐는지 아세요?"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31일 인터뷰를 하러 찾아간 기자에게 대뜸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윤 행장이 답을 말했다.
"백두산 호랑이가 멸종한 것은 잡아먹을 토끼가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지금 우리 경제에 비유하면 호랑이는 대기업, 토끼는 중소기업이죠. 생태계 먹이사슬처럼 삼성이나 LG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계속 성장하려면 (대기업을 뒷받침해줄) 중소기업이 번창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전문 은행인 기업은행장으로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론을 자문자답(自問自答)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2월 3일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은 일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쉬고 있는 청년 구직자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 사이에 '희망의 다리'가 되겠다며 '청년 취업 1만명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중소기업 취업 전문 무료 사이트 '잡월드'를 개통한 지 55일 만에 1000명이 넘는 젊은이가 일자리를 얻었다.
'청년 취업 1만명 프로젝트' 출범 후 윤 행장의 뇌리에는 '중소기업'과 '잡월드' 두 단어만 맴돈다고 한다.
"취업대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인재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돕는 길은 '잡월드'를 통해 좋은 인재를 많이 소개하는 것 아니겠어요?"
'잡월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윤 행장은 직접 아이디어도 내고, 중소기업을 하는 친구들에게 취업 '청탁'도 많이 했다. 잡월드를 통해 사람을 뽑는 중소기업에 기업은행이 신규 직원 1명당 100만원의 수수료나 이자를 감면해 주는 인센티브 정책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무슨 걱정을 그리 많이 했나?
"올해 안에 1만명을 취업시키기로 했는데 첫달(2월) 실적이 158명으로 부진했어요. 하루 평균 5~6명꼴이죠. 1만명 달성하려면 하루에 30~40명씩 취업시켜야하는데 속도가 너무 더뎠죠. 다행히 3월 들어 취업자수가 하루 40명 선으로 급증하기 시작했죠."
―잡월드를 통한 취업이 최근 활성화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믿을 만한 중소기업 일자리가 많다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죠. 구직자들은 중소기업하면 으레 '3D(dangerous, difficult, dirty)업종'을 떠올립니다. '곧 망할 회사 아니야'하는 의심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잡월드에 등록된 기업은 중소기업이라도 수익성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구직자들이 알게 된 것이죠."
윤 행장은 잡월드 가입업체들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행이 거래하는 중소기업 16만곳 중 신용등급이 높은 알짜 기업 2만여곳을 잡월드에 가입시켰다. 또 포스코·조달청·롯데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대기업의 우수 협력업체들이 '청년 취업 1만명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 잡월드를 통해 신규 채용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잡월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7년 말 기업은행장으로 부임한 후 1500여명의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났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 인력난이었어요. 해외 시장 개척, 신규 사업 진출, 신기술 개발을 하려 해도 일을 맡길 인재가 없다는 겁니다.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채용공고를 내봐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요. 업체별로 개별적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 취업전문 사이트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죠."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의 채용실적을 기업은행이 자기 실적처럼 포장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한다.
"돈을 맡기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 은행업의 출발점입니다. 잡월드는 기업은행의 고객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 채용도 늘리고 채용비용도 절감해주는 고객서비스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곧바로 잡월드가 연상될 만큼, 잡월드를 국내 최고의 중소기업 취업 포털사이트로 발전시키겠습니다.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시중은행들은 우수고객을 위해 자산관리컨설팅을 해주는 PB(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도 고객인 중소기업의 자금관리뿐 아니라 인재채용·M&A(인수합병)·해외진출·가업승계컨설팅 등 프리미엄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잡월드는 중소기업 프리미엄 서비스의 첫 단추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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