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공부 잘했던 어느 외고 여고생의 투신 자살
등록일: 2007-06-25 21:41
링크: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25/2007062500052.html
공부 잘했던 어느 외고 여고생의 투신 자살
가족 “SAT 점수 생각만큼 안오른다며 고민”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입력 : 2007.06.25 00:38 / 수정 : 2007.06.25 10:51
“SAT(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2400점 만점) 점수가 2200점 이상이 나오는 아이였어요. 항상 쾌활했고 표정도 밝았는데….”
지난 22일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서울 D외고 고모(18)양의 담임 교사 박모씨는 24일 아침 고양의 영결미사에 참석한 뒤 “왜 스스로 생명을 끊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사에 따르면 고양은 명문대 진학 실적이 상위권인 D외고의 3학년 유학반(137명)에서 상위 20~30%를 유지하는 모범생이었다.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박 교사는 “워낙 열심히 하는 아이라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처럼 SAT 점수가 2200점대 이상이면 ‘아이비(Ivy) 리그’ 등 미국의 명문대 합격이 가능하다.
아버지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SAT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고, 사고 직전 아내와 함께 SAT 점수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눈에 띌 정도로 우울해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다만 “딸 아이가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운동을 할 때도 남학생에게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고양은 지난 22일 밤 10시30분쯤 자신이 사는 서울 서초동 H아파트 14층과 15층 사이 계단에서 뛰어내렸다. 고양은 화단으로 떨어졌으며 사고 당시 주변에는 주민 몇명이 나와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쿵’ 하는 소리를 듣고 의사인 고양의 아버지가 황급히 뛰어나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후 병원으로 옮겼지만 곧 숨졌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25/2007062500054.html
“자녀를 친구들과 비교 말라”
‘성적 스트레스’ 잇단 자살
‘누구는 몇등 했다’는 말 모범생일수록 큰 상처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입력 : 2007.06.25 00:40
성적(成績)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이 늘고 있다. 특히 성적이 상위권이고 반장 등을 해오던 모범생들이 조그만 꾸중에 상처를 받고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평소 꾸중을 듣지 않던 모범생일수록 가족이나 교사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강남지역의 고학력 어머니들은 합리적이고 부드럽게 자녀를 지도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자녀들은 작은 지적에도 큰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부모가 무심코 ‘누구는 1등 했다더라’며 자녀와 친구를 비교하거나 ‘내가 너 때문에 다른 것 포기했다’는 식으로 자극적인 말을 하면 자녀가 상상 외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야단을 자주 듣지 않고 자란 심약한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앙대 의대 기백석 교수(정신의학)는 “강하게 훈육받은 학생들은 자아가 단단해져 있어 어지간한 꾸지람을 견딜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은 약한 꾸지람에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이홍식 교수(전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는 “자녀에게 꾸지람을 하더라도 자녀가 가족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 |
